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생존의 터전에서 견뎌내기 어렵다. 어쨌든 새해 최고의 트렌드는 생존이 될 듯하다. 돈 안 드는 생존, 즉 ‘무료 생존’이라는 용어가 큰 울림을 줄듯하다.
생존은 독서계를 휩쓸었던 ‘힐링’이라는 호사스러운 트렌드에 대한 반대 급부라고 할 수 있다.국가도 공권력도 부모조차도 자신을 케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좀 더 생존능력이 강한 자아만이 진정 필요한 스펙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장비와 기구 외는 어떤 명품도 사치스러울 뿐이다. 삶이 전쟁터이고 여기서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버티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뿐이다.
문명화된 삶이 아닌 그야말로 초토화된 세상에서 나 홀로 고독하게 살아 남는법을 배우는 것이다. 집도 절도 옷도 중요하지 않다.

책상물림들의 세상도 공돌이들의 세상도 아니다. 설계도대로 움직여야 하고 라이센스가 자신을 보호해주는 세상도 아니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삶에 대한 외경심이 없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
극한의 환경 속에 인간은 각자의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살 수 있을 뿐이다. 공동체는 이미 무너졌고 소통이 무의미하게 느낄 때 원초성만이 자신에게 살갑게 다가올 것이다.
생존자들은 고급 학벌이나 공부 같은 것보다는 진정한 스펙으로 생존법을 꼽고 있다. 무인도에 갈때 다섯개 장비만 가지고 간다면 어떤 장비를 가지고 가고 싶느냐는 질문에 1위가 나이프였다.
2위는 파이어스틸, 3위는 수통, 4위는 밧줄, 5위가 침낭이었다. 나이프는 절단과 깎아내기, 무기, 땅파기 등 그야말로 다목적용이다. 비수 한자루 가슴에 품는다는 비장한 각오는 원시시대부터 시작된 인간의 본성이었다.
생존도구 1위가 칼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위인 파이어 스틸은 야생에서 불을 피우는 도구이다. 불은 몸을 녹이고 음식을 익혀먹고 옷을 말리고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이다. 파이어 스틸은 라이터나 성냥이 환경에 따라 유한성인 것을 감안해 준비해야 할 도구이다.
세번째는 물이다. 물을 담는 수통은 단순히 물만 담는 것은 아니다. 야외생활에서 세끼를 다 먹는다는 것은 때론 불가능하다. 버섯을 우려서 먹기도 하고 적어도 며칠씩 먹을 음식을 액체화해 먹을 수 있는 그릇은 절대적이다.
네번째는 끈이다. 덧을 만들기도 하고 절벽에 오르기도 하고 거처를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하고 정말 다목적인 물건이다. 끈은 자유로운 이동과 안전하게 생존을 유지시켜 주는 도구이다.
다섯번째는 침낭이다. 잠을 자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이다. 비박(bivouac 야영)을 하거나 야외에서 취침 시 알몸으로 잘 수는 없다.
침낭이 있다면 럭셔리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침낭 성능이 좋다면 텐트 없이도 야외 생존이 가능하다. 이상 다섯 가지의 생존도구들을 살펴보면 집이 다섯 번 째이다.

야생에서는 집보다 중요한 것이 칼이다. 그 다음이 손재주이다. 인간에게 집보다 중요한 것이 칼과 불이었다. 칼과 불로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이제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우리는 칼과 불의 중요성을 잊고 살았다. 어느 누구든 칼과 불이 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 손재주까지 곁들인다면 정말 좋다.
올해는 경제가 더욱 어렵고 생활이 더욱 각박할듯하다. 인간의 자유혼과 야외 생존자들과 같은 강인하고 원초적인 생명력이 신년운세나 토정비결보다 더 든든한 미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