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조기 대선이라는 헌정 사상 첫 경험과 함께 우리나라 정치·사회·경제가 거대한 물결에 휩싸인 1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터진 물꼬는 순식간에 각 영역을 파고들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의 굵직한 변화부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긍정과 부정이 양립하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산업계는 현기증이 난다고 호소한다.
변화는 언제나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지, 그 여부에 따라서 정책 수용자들 입장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에서 그가 공약했던 적폐청산과 개혁을 하루빨리 이행하라고 다그친다.
반면 반대파는 현 정부의 정책이 전 정부의 공을 부정하면서 대중을 현혹시키는 연출만 하고 있다고 반대를 외치는 모양새다.
변화는 양면성을 가진 만큼 거세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물길을 봐가며 속도를 가늠해 진행해야 한다.
시인 박노해는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라는 시에서 ‘(전략)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그가 변했다고 말하지만 /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무너졌다고 말하지만 / 꽃도 별도 사람도 세력도 / 하루아침에 떠오르고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나빠지고 /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좋아질 뿐 (후략)’이라고 노래했다.
이 시는 지난 2010년 펴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수록됐다. 박 시인은 엄혹했던 1980년대 ‘노동의 새벽’에서 저항과 투쟁으로 상처입고 튼 노동자의 맨살을 드러냈다.
그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결성해 1991년 무기징역형을 받았으나 1998년 석방됐다.
석방된 후 몇 년 지난 후 그는 율렬했던 투쟁의 기억에서 한걸음 비켜난 모습이었다. 현장보다는 명상과 사색에 더 가까웠으며 투쟁보다 평화운동 쪽으로 기울었다.
실제로 그는 2000년 ‘생명‧평화‧나눔’을 내세운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터부터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을 벌였다. 그 후 한참 지나 펴낸 시집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다.
박 시인은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한 쪽 극단에서 다른 쪽 극단을 향해 무기를 들었던 운동가였다.
하지만 훗날 아주 작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양 극단의 중간 지대를 밟으며 치열한 평화운동을 벌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양극의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적으로는 물론 한 쪽의 일방적인 승리였지만 대립의 갈등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산업계는 당장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혹자는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며 돌아설 수도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원망할 수도 있다.
이쯤에서 박 시인의 삶과 시적 변화를 떠올려 본다. 산업계는 정부와 새로운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공정거래를 외치는 모습은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업계를 살찌울 수 있다면 마냥 반대할 일은 아닐 것이다.
단지 급격한 시행은 이득보다 피해가 더 클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조금씩 꾸준히 좋아지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흐름에 맞는 설득과 타협을 하는 수순의 묘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