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소득세 확정신고가 마무리됐다.
일반적으로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은 신고내용이 궁금하거나 세무처리 방법에 관해 세무서 개인납세과 담당자에게 묻고 싶어도 이를 포기한 채 신고하기 마련이다. 이는 1월 초 연말정산부터 5월 말 종합소득세 신고기한까지 업무가 한데 몰리다보니 담당자와의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국세청에서는 신고기한을 피하거나 미리 신고를 한 후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다고 안내한다.
필자 역시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 안내했으나 막상 세무사로 개업하니 신고 막바지에는 최종적으로 신고자료 오류 내용 확인이나 처리 방법을 알고자 전화기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렇게 설명하니 세무서에서 전화를 안 받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세무서 현장에 가보면 전화를 못 받는 상황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직원 대부분이 신고 접수창구와 안내 요원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으며, 과도한 교육시간 채우기와 육아휴직 등으로 인원이 부족해 개인납세과 팀장들만 고군분투하면서 전화 응대를 하는 실정이다.
국세청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마포세무서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은 일선 직원들과의 ‘현장소통 토론회’를 열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귀담아 들었다.
이들은 소득세·부가세 신고 때마다 세무서 전자신고 상담창구를 방문해 신고하는 납세자가 많다며 직원과 납세자 모두가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폐지하는 것이 좀 더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건의도 나왔다.
하지만 현장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 세무서 직원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일지언정 부동산임대업 등 소규모 사업장이나 단순한 소득의 영세납세자의 경우 비용이 드는 세무대리인 도움 없이 자력으로 신고를 가능케 하는 편리한 창구다.
과거에는 신고기한이 되면 신고안내 겸 체납정리, 자료처리 등 오히려 많은 일을 납세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처리했다. 이제는 세무서 개인납세과가 납세자 전화도 못 받을 만큼 쫓기면서 근무를 하는 형편이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법인사업자와 달리 평소의 납세서비스보다 신고 기간 중의 납세서비스가 과거보다 못해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접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우선 이렇게 된 원인부터 따져야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5년부터 부가가치세과, 소득세과로 나누어져 있던 세목별 조직을 개인납세과로 통합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 본다.
국세청은 납세자가 세무업무 처리 시 부가가치세과, 소득세과 담당 직원을 각각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납세자 중심 조직으로 변경했다.
각 세목 담당자별로 처리하던 과세자료 소명, 체납 상담 등의 세무 업무를 한 명의 담당자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필자 역시 국세청 재직 시 개인납세과 통합운영은 적잖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국세청은 본‧지방청 인원을 대폭 축소해 일선 개인납세과로 인원을 조정했다.
그럼에도 과도한 업무량에 불만이 속출하자 본‧지방청 승진자 우선 배치, 개인납세자 근무 직원에 대한 승진 우대조치 등을 마련했다.
여기에 국세청은 대량 신고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부실처리까지 염려하고 있다. 국세청 최초의 힐링캠프가 탄생해 직원들 정신적 치료(?)에 나섰다.
국세청과 본‧지방청 간부 및 직원 간 소통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지면서 일선의 어려움을 달래주고도 있다.
그럼 세무사로 본 개인납세과 통합운영은 어떤 성과가 있을까? 극히 일부분 자료 소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은 홈택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세무서를 들어갈 일이 많지 않다.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직원에 대한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인력이 부족하니 영세납세자 자진 신고창구는 없애야 한다’는 등 앞으로도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일선세무서의 개인납세과 통합운영이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한승희 국세청장이 ‘직원들이 행복해야 납세자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제도의 재평가’ 차원에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는 있다.
<박영범의 알세달세> 현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ㆍ국세청 32년 근무, 국세청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 2, 3, 4국 16년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