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블록체인 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인프라 육성 의지와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대기업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업신식화부(CMIIT)는 지난 2016년 10월 ‘중국 블록체인 기술과 응용발전 백서’를 발간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표준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백서는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 그룹인 완샹그룹, 텐센트의 중국 최초 온라인 은행인 위뱅크,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 등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016년 12월 ‘제13차 5개년 국가정보화규획(2015~2020)’에 블록체인을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바이오 유전자 공학 등 신기술과 함께 중점 육성해야 할 기술로 포함시켰다. 이에 중국 공업신식화부(CMIIT)는 올 3월 공식 성명을 통해 ‘전국 블록체인 및 분산식 장부 기술 표준화 기술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발표하는 등 잰걸음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평균 52.66% 고성장, 관련 특허출원 1위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7년 말까지 2년 동안 중국 내에는 다양한 블록체인 조직이 만들어졌다. 대다수 조직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사격을 받았다. 주요 조직에는 중국 블록체인응용연구센터,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협의회 중국센터, 중관춘(中關村) 블록체인연맹, 중국 전자학회블록체인전문위원회 등 약 20개 정도로 추산된다.
중관촌 블록체인연맹의 경우 칭화대, 베이징대, 차이나모바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중국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산업의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투자 전문 매체 터우지졔(投资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중국에서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기업은 20개 이상으로 7억 위안(약 1152억 원)을 돌파했다. 중국 투자컨설팅망은 올해 블록체인 응용 시장 규모가 6억2000만 달러(약 7006억 원)로 앞으로 5년간 연평균 52.66%씩 성장해 오는 2022년 33억5000만 달러(약 3조78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 관영 컨설팅 기업 CCID(China Center for Information Industry Development)가 작성한 ‘2018 중국 블록체인 산업 발전 및 투자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이 일으키는 수입은 올해 8100만 위안(약 133억 원)에서 2019년 2억4400만 위안(약 401억 원), 2020년에는 5억1200만 위안(약 842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등록된 블록체인 관련 특허출원은 406건이며 중국이 225건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미국이 91건, 호주가 13건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의 특허출원 건수는 2016년 대비 3배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청에 따르면 지식재산 선진 5개국(IP5,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출원돼 조사 시점(2018년 1월 말 기준)까지 공개된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은 미국과 중국이 전체의 77.6%를 차지한다.
출원인 국적별로 미국은 누적건수 1위에 올랐지만 2016년 이후 중국이 연간 특허출원 건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조만간 누적건수에서도 중국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계 블록체인 관련 기술 특허를 낸 기업 중 중국기업은 4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권 10위 안에 속한 중국기업이 7개로 절반 이상이다.
유통‧쇼핑‧게임‧의료‧부동산‧금융 ‘무한확장’
알리바바그룹 금융 계열사인 엔트파이낸셜의 블록체인 책임자 장휘(张辉)는 지난 3월 ‘2018글로벌 블록체인 항저우 고위급포럼’을 통해 중국 백주로 유명한 ‘마오타이주’ 제조사인 마오타이와 협력을 시작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마오타이주 관리를 위해 병뚜껑 내 부착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기술을 기반으로 QR코드, 가격표, 암호, 추적번호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합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연계해 정품을 가려낼 수 있는 추적서비스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이다.
또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챠이나오(CAINIAO)와 쇼핑몰 티몰글로벌은 물류 정보를 확인하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원산지, 발송항구, 운송방식과 수입항구, 검역, 통관 등의 정보를 위조, 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정보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소비자는 주문 상세 정보에서 거친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 2대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산하 징둥물류(JD logistics)는 중국 물류기업 최초로 블록체인운송연맹(Blockchain in Transport Alliance, 이하 BiTA)에 정식 가입했다. 현재 블록체인을 통한 가짜 방지용 추적 플랫폼을 징둥 내 모든 업체들에 무료 개방하고 있다. 징둥 입점 브랜드 100여 곳의 베스트셀링 제품 300여 개에 대한 모조품 방지 추적 데이터를 이미 블록체인과의 연결했다.
블록체인은 게임 산업에서도 활발히 적용되는 중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주요 게임에는 바이두의 ‘라이츠꺼우’(莱茨狗)를 비롯해 왕이(网易)의 ‘짜오차이마오’(招财猫), 치후360의 ‘취콰이마오’(区块猫)가 손꼽힌다. 최근 샤오미(小米)가 출시한 ‘쟈미투’(加密兔)도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쟈미투의 경우 애완동물을 사고 파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를 암호화폐인 미리(米粒)로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게임 적용은 블록체인 시장의 선점 효과부터 마케팅 효과, 실험적 의미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의 블록체인 기술 접목도 주목할 만하다. 뉴질랜드의 블록체인 기업 센트럴리티(Centrality NZ)는 지난 3월 중국 완다그룹 산하 완다왕뤄커지그룹(Wanda Internet Technology Group)와 협력해 센트럴리티의 오픈소스 퍼블릭 체인 기술인 ‘플라그(PLAG) 기술’ 상용화를 위해 공동 연구한다고 발표했다. 완다그룹은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대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부동산 정보·거래 플랫폼을 슝안신구(Xiongan New Area)에 시범 테스트하기도 했다.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가짜 집주인과 가짜 부동산 상품 등 기존 부동산 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의료 기술도 블록체인 기술이 쓰일 수 있다. 알리바바 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헬스’(Alihealth)는 장쑤성 창저우시 의료기관과 협력해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역 의료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알리헬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개개인의 진료기록, 의료데이터 손상·유출 가능성을 줄여주고 각 병원의 분산된 진료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게 해준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크게 적용될 영역은 금융업이다. 보험업체 중국평안(中国平安)은 국제 블록체인 콘소시엄인 ‘R3 CEV’에 가입하고 사내 핀테크부서 구축에 나서 블록체인 기술 응용에 앞장서고 있다. 양광보험(阳光保险)은 중국 최초 블록체인기술 기반의 ‘위챗’(wechat) 보험 카드를 출시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한 텐센트 산하 인터넷 은행인 웨이중은행(微眾银行,webank)과 화루이은행(華瑞银行)은 공동으로 블록체인 청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신용 대출인 웨이리다이(微粒貸)의 결제 및 청산에 활용된다. 그간 청산 과정에서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모됐고 데이터 검증도 어려웠지만 블록체인 시스템 도입으로 모든 거래 정보가 기록되면서 거래 과정 중 실시간 청산이 가능해 비용이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실종 아동 찾기에 유익한 텐센트의 ‘QQ ALERT: HOPE NEVER DIES’ 플랫폼 등도 블록체인 기술을 훌륭하게 적용한 사례다. 이 플랫폼에서는 아이가 실종돼 신고를 하면 신상 정보 등이 실시간 공유되며 아이들의 사진은 메신저의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대조가 이뤄진다. 데이터베이스 1000만 명의 얼굴사진 샘플 분석을 통해 잃어버린 아이의 어릴 때 사진을 토대로 5년 뒤, 10년 뒤의 얼굴 추적이 가능하다.
충칭, 2007년부터 블록체인 산업 육성
현재 중국 지방 정부는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주요 프로젝트에는 △저장(浙江)성 항조우(杭州) 샤오산(萧山)구의 창업 혁신기지 △장쑤(江苏)성 우시(无锡)의 사물인터넷 기반 블록체인 연합실험실 △산동(山东)성 칭다오(青岛)의 블록체인 혁신응용기지 △상하이(上海) 바오산(宝山)의 응용블록체인 인큐베이팅 기지 △광저우(广州) 황푸(黄浦)구의 블록체인 특색의 소프트웨어 단지 △구이저우(贵州)성 구이양(贵阳)의 블록체인 혁신센터 △충칭(重庆) 위중(渝中)구의 블록체인 산업 혁신기지 등이다.
허난성 란카오 지방정부는 최근 공안부,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와 함께 ‘렌신통(链信通)’이라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분증을 선보이기도 했다. 렌신통을 이용하면 농촌의 열악한 호구제도와 정부기관, 병원, 은행 등의 서비스 이용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충칭시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가장 적극적이다. 블록체인 전문 인력을 유치하고 산업역량을 집중하는 등 지난 2007년부터 충칭시 블록체인산업혁신기지를 출범시킬 정도로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충칭시의 위중(渝中)구는 수십 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2020년까지 2~5개의 블록체인 산업기지를 건설하고 10개 이상의 글로벌 블록체인 선두기업 양성, 블록체인 핵심기술 50개 이상의 성장형 기업 육성, 500명 이상의 고급 인재 유치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