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주요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각종 산업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일본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는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 및 결제 시스템을 시장에 선보였다. 구매한 제품의 지불을 휴대전화 요금에 합산하는 결제 서비스의 실용화를 위해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이 프로젝트의 성사를 위해 우리나라의 KT, 대만의 Far EasTone 등 대형통신사와 협력을 맺었다.
세계 최대 광고 제작회사인 ‘덴쯔’(電通) 계열사인 덴쯔국제정보서비스는 지난 2016년 10월 미야자키현 내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아야쵸와 제휴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유기 농산물의 품질 검증을 실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각각의 채소 포장에 QR 코드를 부여하고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읽는 것만으로 재배에 이용된 토양 및 재배 시기 등의 생산 공정을 알아낼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보의 위·변조를 방지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의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
세존정보시스템즈는 지난해 5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 시범사업에 나선 바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택배를 경비실에 맡겨놓지 않는다. 일본은 수취자 부재 시 ‘부재연락표’(不在連絡表)를 놓고 간 후 수취자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본인이 수령하거나 택배박스에 넣은 후 본인이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방식은 운송업자의 비효율성과 도난, 배송착오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이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택배 보관시스템을 내세운 것이다.
해당 서비스는 기존의 택배박스와 비슷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누가 언제 박스를 개폐하고 어떤 물건을 수령했는지 반영구적으로 증명‧보증할 수 있다. 어떤 운송업체를 이용하더라도 택배박스의 개폐요구, 실제 개폐여부 등의 정보가 변경되지 않은 상태로 기록될 수 있다. 택배박스가 잠기면 지정된 본인 외에는 열 수 없는 구조다.
일본은 암호화폐의 원조로 통한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신원불명의 프로그래머가 지난 2009년 첫 선을 보인 비트코인은 현재 암호화폐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 개발국이라는 영예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화폐를 더 선호하는 시장 특성상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세계 시장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현금 결제비중이 80%가량에 육박하는 등 국민 대다수가 현금 사용을 선호한다.
그러나 금융권과 기업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 도입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후쿠오카 2대 지방은행 중 하나인 후쿠오카은행은 지난 3월 서일본 지역의 금융 기관 중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 ‘YOKA! Pay’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후쿠오카현 내 30개 매장에서 시작해 3년 내 최소 1000개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일본 금융업체 SBI홀딩즈와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UC카드, 블록체인 연구개발 업체 Orb는 지난 4월부터 블록체인을 이용한 지역 통화 ‘UC 다이바 코인’(가명)의 실험에 나선다고 밝혔다.
SBI홀딩스는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며 UC카드는 코인 발행과 결제 업무를, Orb가 시스템 기반인 블록체인기술을 제공하는 3사 협력체계다. UC다이바 코인은 스마트폰 상의 결제, 송금, 충전이 가능한 선불형 지역통화 보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대상은 UC사원부터 오다이바(도쿄도 미나토구)지역의 UC카드 회사, 해당 지역 음식점 등이다. 얼굴 스탬프인증으로 무현금(Cashless) 결제 방식을 추진한다.
그러나 각 업체마다 변화를 시도하는 움직임이나 아직까지 암호화폐 사용에 대한 일본인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일본 총무성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이용해 본적은 없지만 이용해보고 싶다’고 답한 20대와 30대는 각각 15%와 17.5%다. 이는 한국, 미국 등 5개국의 평균(각 36.5%, 29.4%)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NHK가 지난 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61%에 달했다.
보안문제도 종종 거론된다. 지난 2월 암호화폐 거래소 ‘Zaif’에서 시스템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 남성이 21억BTC(약 2246조 엔)을 0원에 구입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コインチェック)는 같은 달 외부 공격자가 코인체크 회사 직원의 단말기에 악성코드를 감염시켜 약 580억 엔에 달하는 암호화폐 넴(NEM)을 외부로 유출시켜 이용자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럼에도 일본 산업계 전반에서는 블록체인이 시대를 대변하는 기술이라는 공통된 인식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최근 금융 관련 서비스에 집중된 모습에서 벗어나 물류, 유통, 행정, 의료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한 스마트거래가 크게 늘어나며, 중앙통제기관이 필요 없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여러 분야에서 P2P 거래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IT 전문 조사회사 IDC Japan에 따르면 일본 내 블록체인 시장은 2016년부터 앞으로 5년 간 연평균 133%의 폭발적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에는 블록체인 산업 규모가 298억 엔(302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