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동그랗게 처진 눈과 부드러운 금발, 천진난만한 미소로 유명한 ‘리트리버’. 일명 ‘인절미’라 불리는 이 개는 특유의 호감 가는 외모와 성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재주가 있다. 영리한 데다 사회성도 좋아 ‘시각 장애인 안내견’이 되기에 적합한 견종이기도 하다.
노란 조끼를 착용하고 시각 장애인의 두 눈이 되어 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안내견. 혼자서는 힘겨웠을 보행을 ‘즐거운 산책’으로 만들어주는 이들이 있어, 당당히 사회로 나와 활동하는 시각 장애인이 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배출하고 있는 ‘안내견 학교’가 있다. 젖도 못 뗀 아기 강아지가 어엿한 안내견이 되기까지 20여 명의 훈련사들과 동거동락하며 교감을 나누는 곳, ‘안내견 명문 학교’를 ‘다큐멘터리 3일’에서 찾아가 보았다.
■ 안내견 학교, 탄생과 동시에 입학하다!
‘리트리버’라고 해서 누구나 안내견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내견으로 양성하기에 적합한 기질을 가진 ‘엄마 견’과 ‘아빠 견’ 사이에서 탄생한 리트리버만이 ‘신입 훈련견’이 될 수 있다.
한날한시에 태어나 같은 초성의 ‘돌림자 이름’으로 불리고, 시기별로 동일한 훈련을 받게 될 이들. 아직은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눈도 뜨지 못하지만, 엄마 젖을 먹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피읖 자’ 돌림인 이 형제들은 생후 7주가 되면 일반 가정의 자원봉사자에게 위탁되어 ‘사회화 교육’을 받게 된다.
■ 퍼피워킹, 1년간의 동거
‘세 살 버릇이 여든 가기에’ 더욱 중요한 조기교육. 안내견 학교의 훈련견들은 생후 7주부터 약 1년간 일반 가정에 위탁된다. 이 ‘퍼피워킹’ 기간 동안 식사와 배변 등 기본적인 행동예절을 배우고, 차와 사람이 붐비는 곳을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는 ‘사회화 훈련’을 받기도 한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롯이 훈련견에 맞추어 생활해야 하는 퍼피워킹 자원봉사자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안내견으로서의 자질이 만들어지므로, 이들이 느끼는 책임감은 가볍지 않다. 시켜야 할 훈련도, 지켜야 할 규칙도 많아 쉽지 않은 ‘노력 봉사’. 하지만 내가 길러낸 훈련견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 ‘수험생’이 되어 학교로 돌아오다
퍼피워킹 과정을 끝마친 훈련견들은 다시 안내견 학교로 돌아와 6~8개월간 전문 훈련사에게 훈련받는다. 각각의 훈련견들은 ‘담임 훈련사’와 함께 도심 속 공원이나 상가, 공공장소 같은 실제 시각 장애인들의 생활공간에서 훈련을 받게 된다.
안내견 학교로 돌아와 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정식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간평가와 최종평가를 모두 통과해야만 비로소 시각 장애인과 맺어질 수 있다. 모든 과정을 통과하여 안내견이 되는 경우는 평균 10마리 중 3마리뿐. 나머지 훈련견들은 일반 분양되어 ‘반려견’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 시각 장애인과 안내견, 나란히 걸어가는 ‘우리’
안내견 학교를 졸업한 ‘세움이’와 4년째 파트너로 살아가고 있는 조은산씨. 이제 세움이는 보행을 도와주는 안내견일 뿐 아니라, 온 가족의 귀염둥이이자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그간 시각의 제약으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되고, 20대로서의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그. 세움이가 온 뒤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에서 ‘누군가를 보살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음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굽이굽이 펼쳐진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3일’ 673회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안내견 학교 72시간> 편은 2일 밤 11시 05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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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