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최근 회사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제보하고 싶은데요”
3분여간 이어진 통화에서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본인을 70대 투자자라고 밝혔다. 어르신은 풀이 죽은 말투로 공모주 사기를 당해 너무나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입금을 했지만 주식을 배정받지 못했고 당연히 환불도 ‘함흥차사’였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요즘 유행하는 공모주 사기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최근 공모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사기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 같다. 사기 수법이 너무도 교묘해 자칫하면 누구나 속을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이다.
짧은 통화 속 기자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얼른 신고하셔야죠” 밖에는 없었다.
“왕도(王道)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대로 풀어쓰면 왕이 다니는 길이 없다는 것인데, 주로 정도(正道)가 아닌 쉽거나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공모주 사기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돈버는데 지름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쓸 수 있겠다.
‘공모주 열풍’이 한창인 가운데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내년에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올해 공모주 시장은 첫날 가격 상승제한폭이 400%까지 확대되며 공모가의 4배까지 상승하는 이른바 ‘따따블’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DS단석 등 공모주들이 따따블 신화를 써내면서 열기를 더했다.
이같은 인기 공모주들은 균등 배정 경쟁에서 한 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심한 경우 5명 중 한명이 1주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IPO 진행 중인 회사를 사칭해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모방한 사이트를 통해 실제 공모가보다 할인된 공모가로 사전에 청약을 권유하고, 개인정보와 입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최근 공모를 앞둔 회사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기 주의’를 공지하고 있는 추세다.
상장이라는 큰일을 앞에 두고 사기 주의를 알려야만 하는 이 상황이야말로 웃지못할 비극이 아닐까.
금융감독원 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IPO 공모주 청약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청약 기간에 인수인을 통해 진행되며, 청약일 전의 사전청약이나 발행사 등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청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확정 공모가는 ‘발행조건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시되며, 모든 청약자는 확정된 동일한 공모가로 청약에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공모주 시장의 축제 분위기 뒤로 투자자들의 돈을 노리는 악성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나만 배정받지 못하는게 아닐까?’라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악용하는 수법이다.
앞으로 어떤 사기 수법이 등장할지도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처럼 수법이 더욱 악랄해지고 지능적으로 진화할 것 같다.
공모주 청약이야말로 증권사를 통한 청약 등 정상적 루트 외에 왕도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자면 '주관사를 통한 접근' 외에 다른 청약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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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권오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