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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슬로푸드의 끝판왕, 묵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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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슬로푸드의 끝판왕, 묵 밥상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2.03.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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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만드는 동안은 팔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생과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 묵.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던 구황 음식에서, 맛의 별미로 자리한 궁중 음식까지. 묵은 우리 선조들의 밥상을 채워온 지혜 가득한 음식이다. 이제는 함부로 채취하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한때 굶주린 배를 책임지던 도토리묵부터 귀해서 구경조차 어려웠지만, 이제는 묵으로 쒀먹는 밤묵, 바다 내음을 가득 품은 감태묵, 생선껍질까지 활용한 박대묵, 궁중에서 먹던 청포묵의 새로운 변신까지.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묵묵히 우리 밥상을 지켜온 음식, 묵을 재조명한다. 

생선껍질까지 묵으로 만든다고? – 박대묵  

충청남도 서천에 넘치는 싱싱한 해산물 중 유달리 이 지역에서 많이 먹는 생선이 있다는데, 바로 박대. 펄에 서식하는 박대는 껍질을 벗기지 않으면 먹기 힘들 정도로 비늘이 두껍고 많다. 그런데 이렇게 벗긴 껍질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데. 시장에서 잘 말려서 모아둔 박대 껍질만 골라 사가는 김명희 씨. 바로 30년 넘게 박대묵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엔 이 지역에서 너도나도 박대묵을 쒀 먹었지만 이제 몇 남지 않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데. 큰딸과 함께 오늘도 역시 박대묵을 만든다. 

박대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바로 세척.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7번 이상 씻은 후 박대 껍질이 바닥에 눋지 않도록 계속 저으며 박대묵을 만든다. 벌벌 떨리는 묵의 모습 때문에 박대묵은 이 지역에서는 ‘벌벌이묵’으로도 불리곤 했단다. 이게 끝이 아니다. 더우면 먹을 수 없는 또 다른 묵이 있다는데 바로 동부라는 콩으로 쑨 동부묵이다. 박대묵을 버무려 만든 무침부터 고소한 동부묵전까지. 사라질까 아쉬워 꼭 지키고 싶은 소중한 묵 밥상을 만나본다. 

해조류의 무궁무진한 변신 그리고 별식 - 감태묵  

충청남도 서산의 가로림만, 한창 펄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감태는 예전에는 잘 몰라서 바다에 있는 이끼 취급을 당했지만, 요즘은 귀한 대접을 받는 해조류이다. 최명빈 씨는 10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감태에 푹 빠져 지낸다는데 겨울바람 속에서 일하는 것은 고되지만 이 감태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열심히 작업한다. 명빈 씨가 감태를 들고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바로 어머니가 있는 시장. 한 자리에서 65년이나 감태 장사를 한 이경숙 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먹이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감태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단다.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는 명빈 씨는 걱정되는 한편 어머니의 감태 사랑을 말릴 수는 없다.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의 불편한 치아를 위해 부드러운 묵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 이웃 계동 씨가 나섰다. 특별 부탁을 받은 계동 씨는 두부를 만들던 솜씨로 특별한 별미 감태묵을 만든다. 올방개와 섞어 감태묵을 만들면 색감도 좋고 맛도 좋은 특별한 묵이 완성된다는데, 묵을 만드는 과정이 그 비율과 시간을 맞추느라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란다. 그 사이 어머니도 생감태를 달걀물에 넣어 동태전을 부치고 아들 명빈 씨는 감태묵과 어울릴 양념장을 만들어 버무리면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받을 즐거운 한 상이 완성된다. 

우리 선조들의 귀한 음식 – 도토리묵 

지금은 함부로 채취할 수 없는 도토리. 청동기 유적지에서 도토리가 발견되었다는 자료를 보면 한반도에서 오래전부터 도토리를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충청남도 공주의 한 마을에서는 이러한 도토리묵을 귀하게 여기고 아직까지도 집마다 만들어 먹는다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으려고 마을 어머니들이 힘을 모았다. 맷돌에 갈아 묵을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그렇게 해야 옛날 그 맛 그대로인 도토리묵을 먹을 수 있다. 이 마을에서는 도토리묵을 만들려고 낸 가루에 팥고물을 섞어 숟갈로 떠먹기도 했다는데. 지금 먹어도 그 맛이 그렇게 별미란다. 나탈나탈 도토리묵이 완성되면 국수처럼 썰어 콩 국물에 말아먹는다는데, 곧 바빠질 농번기를 위해 힘을 보충하는데 이만한 음식이 없다. 

고문헌 속 묵을 재현하다 – 청포묵  

고문헌을 바탕으로 한식 재현 작업을 꾸준히 하는 김지영 셰프는 과거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해 손 대역을 할 정도로 한식에 관한 관심과 이해가 깊다. 오늘은 김지영 셰프가 청포묵의 화려한 변신을 보여준단다. 우선 청포묵은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녹두 전분을 추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가 워낙 양이 적어 왕가나 반가에서나 먹던 고급 요리란다. 옛 문헌에 따르면 청포묵을 ‘녹두부’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부 만드는 법과 묵 만드는 법은 사실상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는데. 향이 살짝 나기는 하지만 거의 무(無)맛에 가까운 청포묵은 다른 음식, 재료들과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그 맛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묵 만드는 법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세면(묵국수)를 만든다. 묵 반죽을 얇게 펴 익힌 후 찬물에 넣어 쫀득한 면을 만든다. 소고기 육수에 반숙 달걀까지 올려주면 분탕이 완성된다. 더불어 ‘녹두나화’라는 묵과 닭육수가 어우러진 요리부터 청포묵의 대표 음식인 ‘탕평채’까지. 정성만 버무려진다면 어느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흥미로운 묵의 세계에 빠져본다. 

귀했던 밤의 새로운 변신 – 밤묵  

밤 수확이 끝난 철에도 가지치기와 거름주기로 한창 바쁜 밤 농사꾼, 김옥연 씨. 20여 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 큰 농사를 도맡은 옥연 씨를 이웃들은 종종 그녀를 찾아 일을 돕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데. 오늘은 고마운 이웃 친구들을 위해 밤으로 묵을 만든단다. 사실 밤이 지금보다 훨씬 더 귀했던 옛날에는 밤묵 만드는 것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밤 농사를 집게 된 지금은 다양한 밤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재미를 붙였다. 밤묵을 만드는데도 어김없이 묵 젓는 일은 빠질 수가 없다. 

밤묵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밤묵을 말려 밤묵 말랭이를 만드는데. 꼬들꼬들한 밤묵말랭이를 황탯국에 넣으면 밥 없이도 먹을 수 있는 든든한 한 그릇이 완성된다. 게다가 이렇게 여럿 모이는 날에만 해 먹게 된다는 밤구절판. 생밤에 치자로 물을 들이기도 하고 밤묵전병도 만든다. 이런 날에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아이들 생각. 오늘은 딸이 찾아와 만든 어머니를 위한 밤묵말랭이까지. 귀한 밤묵으로 차린 한 상을 만난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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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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