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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신령한 빛의 고을, 전남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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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신령한 빛의 고을, 전남 영광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1.11.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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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천 년의 포구, 전남 영광은 풍요로운 산천과 바다, 갯벌과 섬 등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어 예부터 ‘호불여영광(戶不如靈光)’으로 지칭될 만큼, 사람 살기 좋은 동네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46번째 여정은 ‘신령한 빛의 고을’이라는 영광의 이름처럼, 지난 세월의 땀과 앞으로의 희망으로 저마다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찬연히 빛나는 삶의 이야기를 찾아 떠난다.

서해의 비경을 품은 영광 1경, 백수해안도로 산책길 

고려시대 전라도 2대 조창 중 하나였던 영광 법성포항에 배우 김영철이 도착했다. 예로부터 황금어장으로 불리며 조기를 잡아 올렸던 포구에는 동네 한 바퀴를 반겨주듯 갈매기들로 가득하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 백암리로 접어들게 되는데, 갯바위에서 어머니들이 무언가를 캐고 있다. 찬바람 부는 가을부터 제철이라는 바위에 피어난 꽃, 석화를 캐며 살아온 어머니들이다.  그 바다 한가운데, 영광 1경으로 꼽히는 백수해안도로의 전망대가 있다. 7개의 무인도가 그림처럼 떠있는 칠산 바다의 아침햇살을 받으며 영광 한 바퀴를 시작한다.  

동네어른들의 인생을 담아 드리는 사진작가 

영광 바다 중에서도 아름다운 가마미 해수욕장을 산책하다가 인근 작은 마을에 들어선 배우 김영철. 그런데 웬 마당 넓은 집에 어르신들이 모여 있다. 빨랫줄에 고운 옷가지들이 걸려있고 예쁘게 꽃단장 중이신데, 뭐 하시냐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영정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중이라는데. 딱딱하게 사진관에서 찍는 영정사진보다,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 마을에서 편안하게 웃는 모습으로 그들의 인생사진을 남겨드리고 싶다는 김성회 사진작가. 동네 아들이 되어 어른들의 장수사진을 찍어드리는 그 마음 뒤엔,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이 어머니를 갑자기 떠나보낸 후회가 있다. 그 후 15년간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화양연화를 사진 한 컷으로 남겨드리고 있다. 동네아들이 된 사진작가의 아름다운 출사길을 따라가 본다.  

짜디짠 세월이 삭힌 맛, 어머니의 인생 젓갈 

영광은 수산 자원이 풍부하고 질 좋은 천일염이 생산돼, 물고기를 소금에 삭혀 저장하는 젓갈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시장마다 젓갈을 담가 파는 상인들이 많은데, 바다와는 거리가 있는 영광읍 전통시장에도 40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젓갈 장사를 해온 어머니가 있다. 열아홉에 병약한 남편에게 시집와 한평생 병 수발을 들며 집안의 가장으로서 살아왔다는 정효선 어머니. 이 동네 저 동네로 젓갈을 팔러 다니며 온갖 설움을 겪었지만, 힘든 상황에서 의지했던 것도, 그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해보면 젓갈 덕분이란다. 젓갈처럼 짜디짠 세월이 곰삭아 있는 영광시장 젓갈가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만추의 봄. 새싹보리 푸른 들녘 

가을이 깊어가는 영광의 11월. 그런데, 만추인 이 계절에 영광 묘량면에선 파릇파릇한 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잔디밭처럼 펼쳐진 새싹보리 들판이 계절을 거꾸로 돌린 듯 푸른 물결로 일렁이는데. 새싹보리는 봄, 가을 두 차례 수확하는 작물이다. 배우 김영철이 운 좋게 마지막 새싹보리 수확현장을 마주친다. 영광은 전국 유일 보리산업특구로, 곡식으로만 먹었던 보리의 새싹에 대한 건강 효능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이 새싹보리를 경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고추농사를 지었던 농부 이병욱 씨는 손이 많이 가고 병에 취약한 고추에서 새싹보리로 작물을 바꾸자 수입도 늘고 일도 줄어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졌단다. 또 추수 때는 기계 없이 낫으로 일일이 베어내야 하는 새싹보리의 특성상, 동네 어르신들을 모집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용돈벌이가 된다고. 새싹보리를 자주 먹는 주민들은 건강도 좋아졌다니, 여러모로 마을을 살리는 기특한 효자 작물. 파릇한 새싹보리 가루로 반죽한 칼국수와 부침개로 차려지는 동네사람들의 새참 시간에 김영철이 함께 한다. 

깨 털고 벼 베고 와 공 치는, 동네 어른들의 놀이터 

홍농읍 바닷가의 한 공원을 걷는데, ‘탁’, ‘탁’ 공 치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본 곳에서는 사람들이 골프를 치고 있는데. 공원에서 웬 골프를 치나 싶어 다가가보니, 골프와는 조금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소규모 녹지공간에서 즐기는 골프를 뜻한다. 골프공보다 크고 부드러운 공을 사용해 어르신들도 체력 부담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이 골프장은 장비 대여부터 공간 사용료까지 ‘동네 사람’에게는 모두 무료란다. 덕분에 농번기가 끝난 요즘, 동네 어르신들이 파크골프를 즐기러 매일 이곳에 모인다는데. 쉬는 시간이면 마을회관에나 모일 수밖에 없었던 시골 마을에 이런 공원이 생기면서 여가생활을 즐길 어른들의 놀이터가 생긴 것이다. 고급 스포츠라는 거부감 없이 파크골프는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취미생활로 자리 잡았다. 농사일 갈무리하고 모여 공을 치는 어른들의 유쾌한 시간을 김영철이 함께 한다.  

동네의 역사를 예술로 가꾸는 청년들 

법성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진내리 한옥 길을 걷다가, 굴비를 닮은 벤치를 보수 중인 청년들을 만난다. 벤치뿐만 아니라 법성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벽화,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의 어선 조형물 등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마을길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영광에서 활동 중인 청년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지역의 역사와 특색을 살린 공공미술 작품을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그림, 금속공예, 목공예 등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 청년들이 진내리를 포함한 영광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고, 세월이 흘러 희미해진 동네의 이야기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계승하고 있다. 또한 청년들은 공방을 열어 지역특산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만들며 영광의 문화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영광과 함께 날아오를 청년들의 힘찬 날갯짓을 응원한다.  

굴비거리에서 40년, 부부의 꽃게장 정식 

굴비의 고장 법성포에 가면 거리마다 굴비라고 쓰인 간판들이 즐비한데, 그곳에서  ‘꽃게’로 승부하는 식당이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40년 이상 굴비거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굴비는 기본 찬이고, 여기에 감칠맛이 일품인 간장게장이 이 집 정식의 주연이다. 영광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암게만을 사용해서 각종 야채를 넣고 끓인 간장으로 4일을 숙성시키는 것이 맛의 비법이라고 한다. 세월이 지나면 맛이 변할 법 한데도, 부부는 한결같이 원칙을 지키며 손님에게 가장 맛있는 게장을 낸다. 과거, 남편이 섬에서 하던 무역 사업에 실패하고 육지로 건너온 부부는, 인생의 가장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무일푼으로 식당을 열어 셋방을 전전하던 시절,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고단한 세월을 견디며 눈물도 숱하게 뿌렸다는데. 그 모든 세월을 견디고 자그만 집 하나를 장만했을 때, 아내는 실감이 안 나 잠도 이루지 못하고 새벽마다 벽을 어루만졌단다. 크진 않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부는 오늘도 꽃게장을 담근다.  

굴비로 시를 엮는 3대 굴비 가족 

와룡리의 평화로운 논밭 길을 걷는 김영철의 눈에 어느 화단에 장식된 ‘어머니와 굴비’라는 제목의 시가 들어온다. 바닷가도 아닌 동네에 굴비라니? 의아한 마음에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덕장에서 굴비를 말리는 부자(父子)가 있다. 3대가 이어서 굴비 장사를 하는 ‘굴비 집안’이라는데. 굴비 도매상을 하던 부모님을 따라 8남매가 차례차례 그 뒤를 잇다가 현재는 다섯째 김성진 씨와 여섯째 김해진 씨가 주축이 되어 운영 중이다. 김성진 씨만의 노하우가 담긴 염장법으로 만든 굴비는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내 굴비 천국인 영광에서도 이곳의 굴비만을 찾는 단골손님이 많단다. 나이 95세에 지금도 아들들을 도와 굴비를 엮는 어머니는, 그 옛날 다섯째 성진 씨를 낳고 바로 다음 날 장에 나가 굴비를 팔았을 정도로 씩씩했던 집안의 장군이다. 아마추어 시인인 여섯째 김해진 씨는 그런 어머니만을 위한, 헌정 시를 써내려간다. 배우 김영철도 그의 시를 읽으며 3대 가족이 엮어온 굴비 사랑을 엿본다. 

굴비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거친 바다 풍랑 헤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무대이기도 한 전남 영광. 바다보다 찬연하게 빛나는 인생들을 찾아간 여정이 11월 27일 저녁 7시 10분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146화. 찬연하다 포구마을 – 전남 영광군]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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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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