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철 기자] 스물두 살, 청운의 꿈을 안고 혈혈단신 이란에서 날아온 낯선 땅, 한국. 가슴을 뛰게 했던 건 한국의 자유였다. 그로부터 24년, 경기도 연천군에 사는 현 씨네 맏사위이자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일명, ‘카 서방’ 카리미 안왈(46) 씨. 밥상엔 김치가 필수, 청국장은 물론이요 삼겹살엔 소주가 제격이라며 엄지척!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해 지금은 자기 공장까지 운영하는 카리스마 장착한 ‘카 사장님’, 때론 거칠고, 때론 따뜻한 그의 일상으로 달려간다.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거푸집 수리공장을 운영 중인 카리미 씨. 아내 현정화(48) 씨가 아침 도시락을 챙겨주면, 꼭두새벽같이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한다. 이란에서 설비 기술자로 일하며, 스무 살 때 이미 파이프 대리점을 했다던 청년. 그 파이프 자재를 만들던 곳이 한국이었단다. 스물두 살, 기독교로 개종까지 하고 시작한 한국 생활. 새벽엔 우유며 신문 배달을 하고, 낮엔 채소를 팔고, 외국인이라 무시 받기 싫어 경기도 동두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세 시간 거리를 다니며 한국어 공부를 했다. 지금의 능청스러운 생활 한국어는 일하며, 연애하며 배운 거다.
지인의 소개로 정화 씨를 만나 아는 사이로만 3년, 뜸 들이다 연애 3개월 만에 결혼했다. 알콩이 달콩이 같은 셸완(11)과 루나(10)가 ‘나의 심장’이라 말하는 아빠 카리미 씨는 십 년째 처가살이 중인데, 짱짱한 장모님에, 만나면 ‘톰과 제리’ 같은 사이라는 막내 처제 네까지 한 지붕 아래 복작대며 살고 있다. 밖에선 카리스마 사장님, 집에 오면 가족밖에 모르는 카 서방~.
일요일엔 교회 다녀오는 집안 여자들 대신 스파게티를 만들고, 직접 고기 굽는 항아리를 만들어 가족들 먹이느라 바쁘다. 아이들 전용 수영장과 트램펄린까지 만들어 주는 아빠는 방과 후 미술 교사인 아내가 이마 한번 쓰다듬어 주면, 그 좋은 손기술로 뭐든 만들어 내는 능력자다. 1퍼센트의 가능성만 있어도 달려 나간다는 추진력 갑, 하루 백군데 명함을 돌리고, 일이 있다는 곳엔 어디든 찾아가 일거리를 받아왔다.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발로 뛰며 쌓은 신뢰. 지금은 독립해 따로 자신의 공장을 차렸다. 사장 포함 직원은 모두 셋, 그러니 사장이 일당백을 한다. 거푸집 만드는 건 기본, 필요한 건 직접 만들고 툭하면 고장 나는 화물차를 고쳐서 또 달려 나간다.
카 서방을 들뜨게 하는 일이 생겼다. 자신을 키워 준 엄마 같은 큰누나가 동생을 만나러 처음 한국에 오게 된 것! 7년 전 가족과 이란에 다녀온 후 첫 가족상봉. 처음 만나는 한국 장모님과 이란 큰누나,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국에 뿌리내린 동생을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누나는 돌아가고 다시 열심히 달리는 카리미 씨, 3년 만에 열리는 마을잔치에 참가해 아내와 노래 실력을 뽐낸 건 시작이었다. 한국 생활 24년 만에 KBS ‘우리말 겨루기’ 출연하게 됐고, 생활 한국어는 최고, 당당하게 가족과 방송국에 입성하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낯선 한국에서 오뚝이처럼 꿋꿋하게 24년, 일과 가족밖에 모르는 카 서방은 오늘도 달린다. KBS 1TV '인간극장'은 2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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