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연극배우 주선옥의 문학적 유산이 담긴 책 '꼭 안아주기'가 출간됐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주선옥(1986∼2024)의 1주기를 맞아 발간된 이 책은 그의 시와 희곡을 묶은 작품으로, 주선옥의 따뜻한 성품과 예리한 관찰력이 엿보이는 작품들로 가득 차 있다.
주선옥과 친분이 있던 극작가 겸 배우 김선율은 그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1천 개가 넘는 시, 희곡, 가사, 메모 등을 발견했고, 이 글들은 시인 김행숙, 남지은, 이설빈에 의해 편집됐다. 주선옥의 작품들은 그가 남긴 장기기증의 따뜻한 흔적과 함께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담고 있다.
책에 실린 시 '구름 놀이'에서는 "기울어지는 것들에는 / 이유가 있다 / 합창을 한 뒤 // 낮잠을 자거나 / 하품을 하거나 / 옆집 창문에 귀를 기울이는 // '그애가 온대요' / 꼭 안아주기"라는 구절을 통해 그의 시적 감성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시 '심지'에서는 "모두 타들어간 중심에 / 검은 심지가 남아 있었다"라는 표현으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주선옥의 희곡 '숨-여기에서 가장 먼 곳'은 악기 수리점을 배경으로 두 인물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그린 2인극이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주인과 시각장애인인 손님이 등장하며, 이들의 이야기는 "사이"라는 지시어를 통해 인물의 심경을 강조한다. 주선옥은 희곡의 '전하는 말'에서 "침묵과 사이, 그리고 정적이 가지는 말의 뜻이 살아나는 공연이 되기를" 바랐다.
강남대 재학 시절 시 창작 모임 '시나락'에서 시를 쓰기 시작한 주선옥은 꾸준히 시와 희곡, 가사를 써왔으며, 그의 희곡 '다락-굽은 얼굴'은 무죽페스티벌 작품상을, '소년소녀 모험백서'는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축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주선옥의 은사였던 김행숙 시인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선옥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며 "시와 희곡과 노랫말을 쓰고,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이 세계에 온몸으로 참여하고 질문을 던지고 사랑했다"고 회상했다.
주선옥은 작년 4월 4일 연극 연습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심장과 폐, 간장과 좌우 신장, 안구 등을 기증하며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 그의 문학적 유산은 이제 독자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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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