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이 현금으로 월급 주신다 해서 계약서도 안 썼는데요. 지금은 연락이 안 돼요.”
“전세 계약서에 확정일자 안 받아도 된다고 해서 그냥 넘어갔어요. 근데 집이 경매에 넘어갔네요.”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해서 계좌만 보내줬는데, 나중엔 안 빌렸다고 잡아떼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거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공통점은 하나. ‘법적인 상식을 몰라서’ 손해를 봤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법을 “문제가 생긴 뒤에나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법을 전문가의 언어로 느낀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상담 데이터를 보면, 전체 상담 중 절반 이상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모르고 있다가 생긴 문제”다. 노동계약서 미작성, 임대차 보호 미신청, 단순 구두 약속 등 작은 무지가 결국 큰 분쟁으로 번진다.
30대 자영업자 김 모 씨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급여는 매달 현금으로 줬고, 근로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이 임금 체불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했고, 김 씨는 체불임금은 물론 과태료까지 부담하게 됐다. “처음부터 계약서 하나만 썼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 그는 뒤늦게 후회했다.
또 다른 사례. 20대 청년 박 모 씨는 보증금 1천만 원에 원룸을 계약했지만, 확정일자도 받지 않고 입주했다. 몇 달 뒤 건물주가 세금 체납으로 건물을 경매에 넘기자, 그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 “모른 채 넘긴 작은 절차 하나가 수천만 원의 손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간과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나 사회에서 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 민법, 형법 등은 시험 과목으로만 존재했고, 실제 삶에 적용하는 법은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그 공백을 SNS나 유튜브 속 단편적인 정보가 채우고 있다. “세입자는 무조건 보호받는다”, “문자만 주고받아도 계약이 성립된다”는 식의 맥락 없는 지식은 오히려 분쟁을 키운다. 실제로 문자나 메신저로도 계약이 성립될 수 있지만,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의사합치, 내용 명확성 등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서울시나 지방정부, 법률구조단체를 중심으로 시민 대상 생활 법률 교육이나 무료 상담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문제가 생긴 뒤에야 뒤늦게 법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법은 단지 나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법을 안다는 건, 스스로의 권리를 알고 지킬 수 있는 힘을 갖는 일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법률 상식을 ‘언젠가 필요한 지식’이 아닌, 지금 꼭 알아야 할 생활 필수품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강성진 변호사는 “법적인 문제는 운이 나빠서 겪는 일이 아니라, 작은 상식과 주의만 있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계약서 한 장, 문자 하나에도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기본적인 법 감각은 이제 시민의 생존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