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가수의 노래가 대중에게 닿는 순간은 소리가 전달되는 순간과 다르다. 노래는 귀에 먼저 도착하지만, 마음에 머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어떤 문장이 자신의 하루를 설명해주고, 어떤 멜로디가 잊고 있던 감정을 되살릴 때 비로소 연결이 시작된다. 오래 기억되는 음악의 힘은 그 만남에서 나온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일과 자신의 색을 지키는 일은 가수에게 오래된 숙제다. 친근함을 앞세우면 개성이 흐려질 수 있고, 차별성을 강조하다 보면 듣는 이와의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두 가지를 함께 붙드는 과정에서 그룹의 태도가 드러난다. 리센느(RESCENE)가 전한 바람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리센느(RESCENE)가 전한 바람도 이 연결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리센느는 SBS 8뉴스 인터뷰에서 향기처럼 대중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과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한 감정. 두 대목을 함께 놓으면 리센느가 만들어가려는 관계의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들이 느낀 마음을 음악에 담고, 그 음악이 누군가의 삶에 닿기를 바라는 것이다. 노래하는 사람의 경험과 듣는 사람의 기억 사이에 길을 내는 일이다.
연결의 첫 단계는 자신의 노래에 마음을 내어주는 데 있다. 리센느는 새앨범을 언급하면서 가사를 떠올리며 울컥했다는 말을 했다. 부르는 사람이 노래 속 문장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 감정이 무대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노래와 자신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출발점으로 읽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통과한 노래에는 듣는 이가 들어설 여지가 생긴다. 가수와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안의 떨림과 망설임, 기대를 자신의 삶에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감정을 통해 만나는 순간이다. 음악이 만들어내는 친화력은 그렇게 자란다.
따라서 친화력을 밝은 표정이나 편안한 말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음악을 하는 그룹에게 친화력은 듣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놓을 자리를 마련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목소리가 어느 날 익숙해지고, 남의 이야기였던 가사가 자신의 기억과 겹쳐지는 과정이다.
리센느가 말한 ‘향기’는 그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표현이다. 향기는 짧게 스쳐도 오래전의 장소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 뜻밖의 순간에 당시의 감정까지 불러온다. 음악 역시 듣던 때의 생활과 함께 남는다. 한 곡의 노래에는 그 노래를 반복해 듣던 계절과 하루가 겹쳐 쌓인다.
오래 기억되는 그룹이 되고 싶다는 바람에는 그런 시간의 무게가 있다. 대중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돌아볼 때 그 곁에 음악이 함께 떠오르는 일이다. 리센느의 바람은 자신의 노래가 대중의 일상에서 어떤 자리를 얻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말로 읽힌다.
이 관계를 이어가는 데에는 변화도 필요하다. 처음의 인상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새롭게 건넬 이야기가 줄어들 수 있다. 가수에게도 시간이 흐르고, 듣는 사람의 삶도 달라진다. 가까워진 관계 안에서 지금의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변화에 설득력을 주는 것은 노래하는 사람의 이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에 앞서 지금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싶은지 살펴야 한다. 리센느가 새 앨범의 가사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느꼈다는 말은 그런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노래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는 경험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바탕이 될 수 있다.
물론 가수에게 절실한 감정이 대중에게도 같은 크기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건네는 데에는 표현의 힘이 필요하다. 감정을 눌러두는 순간과 풀어내는 순간, 목소리의 결과 무대의 태도가 전달의 깊이를 바꾼다. 리센느가 인터뷰에서 전한 마음도 앞으로 음악과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얻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질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과 연결은 그 과정을 거치며 깊어진다. 한 곡에서 느낀 공감이 다음 곡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무대에서 발견한 모습이 이전의 노래를 다시 듣게 한다. 기억이 관심을 만들고, 관심이 또 다른 기억을 쌓는다. 오래 남는 그룹의 존재감은 이런 경험의 축적 속에서 만들어진다.
친화력과 변화도 그 안에서 서로를 돕는다. 친화력은 낯선 음악에 다가갈 문을 열고, 변화는 그 관계에서 새롭게 발견할 이유를 만든다. 가까워졌기에 달라진 모습을 더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기에 다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 두 힘이 맞물릴 때 가수와 대중의 관계에는 깊이가 생긴다.
리센느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 연결의 과정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얼마나 편안하게 다가오는지와 함께, 가까워진 뒤 무엇을 들려주는지 살피는 것이다. 자신들의 감정을 음악으로 얼마나 구체적으로 표현하는지, 그 표현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자리를 내어주는지도 중요하다.
리센느가 바라는 오래 남는 기억은 앞으로의 노래와 무대가 쌓아갈 몫이다. 자신의 이야기에 울컥했던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실제 경험으로 만드는 일이 남아 있다.
연결의 힘은 그렇게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시간으로 건너간다. 리센느의 음악이 자신의 변화를 담으면서도 듣는 이의 삶에 닿을 수 있다면, 친화력은 더 깊어지고 변화에는 더 큰 의미가 생긴다. 향기처럼 오래 남고 싶다는 바람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자리를 얻는 순간도 그 길 위에 있을 것이다.
그 연결은 듣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발견할 여백이 있을 때 더욱 깊어진다.리센느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이가 어느 순간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노래도 각자의 삶에서는 서로 다른 의미로 남는다.그 차이를 품을 수 있는 음악이라면 대중과 만나는 길도 넓어질 수 있다.변화하는 리센느와 변화하는 대중이 노래를 통해 다시 만나는 것이다.
그 만남이 쌓일 때 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에도 구체적인 무게가 생긴다.리센느가 앞으로의 음악에서 이어갈 연결의 힘을 눈여겨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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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