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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여름 초입에서 만나는 물맛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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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여름 초입에서 만나는 물맛의 향연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2.06.3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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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여름은 분명 물의 계절이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바로, 물이 있는 곳. 사람들은 물을 가까이하면서 거대한 자연의 숨결을 느끼기도 하고, 삶의 묵은 때를 씻는다. 어디 그뿐인가? 때는 바야흐로 물에 의존해야 하는 논농사가 본격화되는 시기, 물의 소중함을 더 절실해진다. 이럴 때 가장 주목받는 곳이 바로 이름하여 ‘물 명당’. 특히나 오랜 가뭄 때문에 농사가 어려워지는 현실이라 물이 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과연 물이 좋은 물 명당에서는 과연 어떤 음식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지, ‘한국인의 밥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여름 밥상을 만난다. 

나물로 맺어진 모녀의 연. –전라남도 고흥군 

푸른 바다를 마주한 비옥한 땅은 언제나 사람들을 든든히 먹여왔다. 예로부터 먹을 것이 풍부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었던 고장 고흥. 특히 고흥의 나물은 촉촉한 바다 안개를 머금고 일 년 열두 달 푸른 잎을 보여준다는데. 뙤약볕에 나물 농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 조금 특이하다. 딸은 하나인데 엄마는 여럿? 동네 할매들을 죄다 ‘엄마’라고 부르며 살뜰하게 챙기는 모윤숙 씨가 그 사연의 주인공이다. 그녀가 처음 나물 할매들을 만난 것은 imf가 터지고 돌아온 고향. 힘들게 농사를 지으면서도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는 할매들을 보고 고흥 나물을 제대로 알려보자 결심했다. 그렇게 나물 가공식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세운 윤숙 씨, 이제는 할매들과 일도 함께, 휴가도 함께 보내며 동고동락한다. 

고된 밭일을 끝내고 기력을 보충하려는 할매들이 잠시의 쉼을 위해 지죽도로 향했다. 경치도 경치지만, 그들이 지죽도에 간 이유는 따로 있는데, 바로 특별한 약수 때문이다. 밀물이 빠지고 나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속 동굴, 신기하게도 그곳에 맑은 물이 쏟아지는 샘이 있다. 지죽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물을 ‘굴물’이라 부르며 약처럼 마셨다고 한다. 좋은 물을 길어다 식사 준비를 하는 나물 농부들. 이 물맛을 극대화할 음식을 만드는데, 이때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지금 한창 잡히는 갯장어. 이것으로 물회를 해먹는데, 고흥 나물 농부들에게 된장을 풀어 만든 시원한 갯장어 물회는 단연 최고의 맛이다. 친정엄마가 차려주던 밥 한 끼가 생각날 때면 할매들을 만나게 해준 나물이 더욱 고맙다는 윤숙 씨. 이제는 할매들과 다 함께 먹는 밥이 집밥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물 만난 농사꾼들의 한바탕 잔치.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군 운서마을은 지리산 자락에 숨어있는 오지마을인데, 마을 앞으로 흐르는 엄천강 때문에 물 걱정 없이 산다. 그러나 올해는 봄부터 시작된 길고 긴 가뭄 때문에 시름이 깊었다. 그 와중에 어렵게 논물을 대고 모내기를 끝냈다. 물찬 논을 보면 밥술 뜨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농부의 마음. 이제야 졸인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렇게 큰 고비를 넘길 때마다 보양식과 여흥으로 매듭을 지어주는 게, 농부들의 삶. 지리산의 강줄기들이 모여 흐르는 엄천강으로 마을 남자들이 모인다. 천렵을 위해서다. 그들이 잡아 온 물고기로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내는 것이 운서마을의 오랜 전통. 올해도 어김없이 운서마을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으러 나섰다. 

물에 들어가자마자 개구쟁이 소년이 돼버린 마을 청년들, 물 만난 생선이 따로 없는데 어릴 적부터 갈고 닦은 노련한 실력으로 실한 것들을 잡아 올린다. 거기에 맑은 물에만 사는 다슬기까지 손이 무겁도록 건져내면 이제 잔치 준비 끝. 이제는 부엌이 분주해질 시간이다. 푹 고아낸 민물고기를 채에 여러 번 걸러 살만 발라낸 국물에 소면 투하. 마을 잔치에 빠지지 않는다는 어탕국수다. 거기에 먹을게 귀하던 그 시절, 엄마 눈을 피해 쏙쏙 빼먹던 추억의 음식인 다슬기장도 빠질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을 하나라도 더 먹이려는 이장님은 머위 향이 감도는 흑돼지대통찜을 준비한다. 잔치 준비가 한창일 무렵, 반가운 비 손님까지 찾아오자 마을의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풍악을 울리며 잠시의 쉼을 한바탕 즐겨보는 산골 농사꾼들을 만난다. 

캠핑 부부의 전 국토 낚시 여행. – 경상남도 통영 사량도 

조용한 항구에 나타난 수상쩍은 캠핑카. 차에서 내리는 이들을 보면 더욱 놀라곤 한다. 81세 이정자. 85세 김정웅 부부가 캠핑카의 주인이다. 젊은 시절 목수부터 고물상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부부. 종갓집의 대식구를 돌보려니 둘이서 오붓한 시간은 사치였다는데. 이대로 늙어만 가기에 흘려보낸 청춘이 아깝기만 했던 부부는 여행길에 올랐다. 목수 시절 단련한 손재주로 화물용 트럭을 어엿한 캠핑카로 개조해낸 이정웅 씨. 싱크대며 침대며 모든 것을 아내 이정자 씨에게 맞춰 제작한 내부는 일 년의 반 이상을 길에서 보내기에도 든든해 보인다. 

그들이 수제캠핑카로 달려가는 곳은 전국 어디든 물이 있는 곳. 낚시를 좋아해 전국의 명소를 꿰고 있는 정웅 씨는 언제나 낚싯줄을 드리울 수 있는 곳으로 핸들을 돌린다. 정웅 씨가 아내의 전속운전사라면, 정자 씨는 남편의 전속요리사이다. 연로한 몸으로 종일 운전하는 남편을 위해 솜씨를 부리는 정자 씨. 남편의 입에 딱 맞는 음식들로 소박한 한 상을 차려낸다. 단지 놀러만 다니는 것은 아니라는 부부. 정웅 씨는 젊은 시절 배워둔 칼갈이 기술로 가는 곳마다 무료로 칼을 갈아준다.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 법. 돈을 받지 않는 부부에게 한 끼 식사로 삯을 치르고 싶다는 손님이 나타났다. 사량도의 한 횟집 주인이 제철 맞은 갯장어로 회와 장어탕을 뚝딱 만들어낸다. 성대회까지 대접받고 나니 마음마저 푸근해지는 부부. 강이 흘러 바다로 가는 것처럼, 인생의 늘그막을 유유자적 흘러가며 보내고 싶다는 캠핑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한번에 끝 - 단박제보
▶비디오 글로 만드는 '비글톡'

 

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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