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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니스
‘한국인의 밥상’ 사할린 동포들의 그리움이 담긴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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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사할린 동포들의 그리움이 담긴 밥상
  • 박은철 기자
  • 승인 2022.12.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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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사진제공 : KBS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

[CBC뉴스]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최초의 공식 이민선이 떠난 지 올해로 120년. 그 후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국을 강제로, 또 어쩔 수 없이 떠밀리듯 떠나야 했고 해방 후에도 돌아오지 못한 채 망향의 한을 달래며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러시아 사할린 섬으로 끌려갔다 오지 않는 귀국선을 기다리며 무국적자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4만여 명의 사할린 동포들. 그리고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해야 했던 고려인들까지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의 긴 기다림과 그리움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오랜 기다림, 다시 부르는 고향 노래 – 안산 고향마을 사할린 동포들의 영주 귀국  

경기도 안산의 ‘고향마을’ 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트 단지는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동원 되었다, 해방 후에도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동포들. 다시 고향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살아온 사할린동포들의 귀국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건 90년대 이후. 한국과 일본적십자사가 함께 나섰고, 한·일 양국 정부가 지원을 하면서, 지금까지 약 4700여명의 사할린동포들이 영주귀국사업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고 현재 약 2800여명의 동포들이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0년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약 480여세대 720여명의 사할린동포들이 살고 있는 ‘고향마을’, 오랜만에 동대표들이 모여 마을 대청소를 하는 날, 열심히 가꾼 텃밭에서 상추는 물론 사할린에서 즐겨먹던 ‘빼뜨루쉬까(파슬리)’와 우크로프(회향풀)등 향채소가 듬뿍 들어간 사할린식 샐러드에 떡갈비처럼 고기를 다지고 속에 삶은 메추리알이나 달걀을 넣어 기름에 구운 까뜰레따(러시아식 돈가스)가 만들어진다.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살았지만 입맛은 여전히 한국식 그대로라는 사할린동포들. 장과 김치를 담아먹는 건 기본, 러시아사람들에겐 그저 잡풀인 고비, 쑥, 미나리등 온갖 나물들을 뜯어다 말려두었다 먹고, 사료로 버려지던 오징어 명태 미역 다시마 등 생선과 해조류까지 챙겨 먹는 한인들 덕분에 지금은 러시아사람들도 즐겨먹는 식재료들이 됐단다. 굵고 부드러운 고비를 볶아서 상에 올리고, 오징어 몸통 안에 속을 채워 넣어 굽거나 찐 오징어순대가 만들어지면 그날이 잔칫날. 고향음식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절로 흘러나오는 도라지타령에 시름을 달래며 살아온 사할린동포들의 사연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슬픔의 틈새’에 갇힌 비극의 주인공 -  사할린 동포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춥고 척박한 땅, 오랜 유배지였던 섬 사할린을 두고 러시아 작가 얀톤 체호프는 ‘슬픔의 틈새’라고 했다. 그 낯선 땅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돌아오지 못한 채 긴 기다림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사할린 동포들은 왜 남겨졌고, 돌아오지 못했을까? 

1938년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한 일본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 생산을 위해 15만명의 한인들을 강제 동원했다. 당시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사할린에도 탄광, 벌목, 철도, 도로건설 등에 15만명의 한인들이 강제동원 됐다. 해방 후, 패전한 일본은 한인들은 방치한 채 자국민만 싣고 떠나버렸고 4만여명의 한인들이 사할린에 남았다. 노동력이 필요했던 소련은 한인들의 귀향길을 막았고, 분단과 전쟁으로 정신없던 조국은 사할린의 한인들을 잊고 말았다. 사할린 코르사코프항구에는 오지 않는 귀국선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이들의 눈물이 흘러넘쳤다.  

2012년 영주 귀국한 최광호 어르신(97세)은 귀도 어둡고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1944년 강제로 끌려갔던 그 순간만큼 잊을 수가 없다. 10시간이 넘는 혹독한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나라 없는 설움 속에 모진 고생을 견뎌냈지만 기록 한 장 남기지 못하고 결국 돌아온 건 빈손.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배고픔이었다. 보리 한줌에 삶은 메주콩과 머윗대를 넣고 지은 밥 한 그릇은 한 많은 긴 세월 잊혀지지 않는 음식이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이경분(94세) 어르신도 열네살에 아버지를 따라 사할린으로 떠났다 6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언젠가 돌아올 거라 믿으며 평생 무국적자로 살아오셨다. 탄광에서 힘들게 일하던 아버지를 위해 싸던 도시락에는 김치와 멸치볶음이 전부. 온몸이 꽁꽁 얼어붙은 채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돼지내장볶음에 술 한 잔 해야 잠이 들곤 하셨다는 아버지와 청국장 띄워 끓여주시며 고향 얘기를 입버릇처럼 하셨던 어머니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조국이 잘되기만을 기도하며 살았다는 이경분 할머니의 긴 기다림의 사연까지, 역사의 비극을 온몸에 새기며 살아온 사할린동포 1세대의 한 많은 사연이 담긴 한 끼를 만나본다.

또 한번의 강제이주, 부모의 나라에서 뿌리를 찾는 고려인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연해주와 사할린 등에 정착해 살고 있던 18만 명의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쫓겨났다. 낯선 땅에 버려지듯 강제 이주된 한인들은 황무지를 일구며 8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고려인이라는 이름의 소수민족으로 살아왔다. 

광주광역시 월곡동, 간판마다 러시아어가 적혀있는 이곳은 약 7천명의 고려인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대부분 새로운 일을 찾아 한국으로 이주해온 고려인 후손들. 고려인 마을의 살림꾼 신조야 씨 역시 강원도 영월에서 연해주로 떠나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이주당한 고려인의 후손이다. 평생 할아버지의 고향인 한국을 그리워했고 2001년 한국을 찾아오게 되었다.

고려인들 사이 ‘한국엄마’로 불리는 신조야씨는  고려인 마을 살림을 도맡아하는 살림꾼이자 요리사. 세대가 몇 번 바뀌는 동안, 언어도 잃고 입맛도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부모의 나라인 한국이 자신의 뿌리라고 믿고 있는 고려인들을 위해 매일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내곤 한다. 우즈베키스탄에 살면서도 늘 어머니가 담근 장과 김치를 먹고 살았다고 잔치날이면 국수틀에 내린 면으로 국수를 말아먹곤 했다. 채썬 당근을 절여 새콤달콤 짭짜름하게 무친 당근김치(마르코프차)는 고려인들의 소울푸드란다. 큼직하게 썬 고기와 채소를 쌀과 볶아 만드는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식인 기름밥(플롭)까지,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살아온 고려인들의 삶과 추억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끝나지 않은 이별, 그리고 남은 자들의 숙제 

오랜 기다림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사할린 동포들, 하지만 아직도 기다림이 다 끝난 건 아니다.  인천 남동구 사할린센터에서 만난 문정현(84세) 회장에겐 아직 매듭짓지 못한 숙제가 하나있다. 아버지의 이중징용 피해. 태평양 전쟁 막바지 해상운송 경로가 막히자 사할린 탄광에서 일하던 한인들이 일본 본토로 강제 징용되어 끌려갔고, 간신히 사할린에 삶의 터전을 마련해 살아가던 이들은 다시 한 번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문회장의 아버지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게 사할린 땅에 남겨진 어머니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값싼 고기통조림이 제일 요긴한 식재료였는데, 김치만 썰어 넣어 넣고 끓인 수제비는 고마운 한 끼였다.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수 있던 가자미로 담가 먹던 가자미식해도 요긴한 반찬이 되어주었다. 

막걸리 넣고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에 고기와 채소를 다져 만든 소를 넣어 큼직하게 빚은 ‘뺜세(고기찐빵)’를 만들 때면 는 남녀노소 좋아하는 간식이다. 찐빵 찌는 달큰한 냄새를 맡으면 사할린에 두고 온 자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고향 가는 길이라면 속옷 바람으로라도 뛰어가겠다던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대로 고국으로 돌아와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는 사할린 동포들. 하지만, 두고 온 자식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2021년 사할린동포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2세들의 영주귀국이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은 숙제를 안고 있지만 꿈에 그리던 고국에서 생의 마지막 여정을 보내고 있는 사할린동포들의 그리움이 가득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하는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한번에 끝 - 단박제보
▶비디오 글로 만드는 '비글톡'

 

CBC뉴스ㅣCBCNEWS 박은철 기자 press@cbc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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