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번역가의 삶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화자 이슈메일과 닮았다. 이슈메일은 흰고래 모비 딕을 알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그는 고래의 어원을 탐구하고, 관련 문헌을 분석하며, 고래 그림을 평가하지만, 결국 고래의 실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슈메일의 여정은 번역가들이 매일 마주하는 고충을 대변한다.
전문 번역가인 홍한별은 그의 책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에서 번역가의 운명을 이슈메일의 여정과 비교한다. 번역가는 단어와 의미를 포착하려 하지만, 그 순간 무수한 틈이 생기고, 의미는 쉽게 붙잡히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공허. 포착할 수 없는 의미. 이쪽을 붙들면 저쪽을 놓치고, 저쪽을 잡으면 이쪽이 사라지는 단어를, 의미를 고정하는 순간 무수한 틈이 생겨버리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고 홍한별은 말한다.
멜빌의 '모비 딕'은 단순한 복수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소설은 70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속에 수많은 곁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에이허브 선장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는 소설의 일부분일 뿐이다. 에이허브는 소설의 4분의 1이 지나서야 등장하고, 흰고래는 133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멜빌이 주요 서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로 책을 채운 이유를 설명한다.
번역가는 이러한 복잡한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번역 과정에서 원작의 모든 뉘앙스를 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번역가는 원작의 의미를 해부하고 분석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이슈메일이 고래를 해부하면서도 피상적인 것 이상을 알 수 없다고 고백한 것과 유사하다. "내가 고래를 아무리 해부해보더라도 피상적인 것 이상은 알 수 없다. 고래에 대해서는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