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디지털 자산 산업의 경쟁은 기술이나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느 지점에 힘을 가하느냐, 즉 ‘레버리지 포인트(leverage point)’를 어디에서 발견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최근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방식은 이 지점에 닿아 있다.
김형년 부회장은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 1세대 파운더로 꼽힌다. IT 기업 다날의 창립 멤버 경험을 바탕으로 증권 솔루션 퓨처위즈를 창업했고, 이후 송치형 회장과 두나무를 공동 창업하며 디지털 자산 산업의 제도·시장·기술이 교차하는 현장을 꾸준히 경험해왔다. 그의 언급이 단순한 전망이나 주장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김형년 부회장은 최근 열린 D-CON 2025 세션에서 글로벌 디지털 자산 패권 경쟁을 국가별 전략의 차이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는 미국, 유럽, 일본, 중동, 남미를 각각 언급하며 디지털 자산을 바라보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디지털 자산을 자국의 통합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고, 유럽은 미카(MiCA) 법안을 통해 빅테크 외 산업을 보호하려는 제도적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사회적 특성을 고려해 과세 투명성과 결제 구조 개선이라는 실용적 목적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고 있으며, 중동은 오일 머니 이후의 다음 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자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김 부회장이 특히 주목한 지역은 남미였다. 그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어온 남미 국가들에서 가치 저장 수단이 제한돼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자국 통화를 교환·보유하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단순한 사례 소개를 넘어, 디지털 자산이 특정 환경에서 어떻게 ‘레버리지 포인트’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김형년 부회장의 문제의식은 규제 논의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블록체인의 가장 근본적인 속성으로 ‘국경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이 특성 때문에 디지털 자산은 제도적 틀 안에서만 관리하려 할 경우, 오히려 제도 밖으로 이동하려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팬데믹 초기 전면 봉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디지털 자산 역시 단순한 차단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관리와 공존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규제를 부정하기 위한 발언이라기보다, 규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에 가깝다.
김 부회장이 강조하는 레버리지 포인트는 ‘막는 방식’이 아니라, 제도와 시장이 연결되는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이러한 시각은 그가 몸담고 있는 두나무의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두나무는 디지털 자산 산업 초기부터 거래소 운영에만 머무르지 않고, 제도 환경과 기술 구조가 현실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해왔다. 두나무가 꾸준히 제도화의 필요성을 언급해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사진=두나무 홈페이지 갈무리. [반응이 센 CBC뉴스ㅣCBCNEWS]](/news/photo/202601/548055_367603_3226.jpg)
정책이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그것이 구현되는 중간 지점이 필요하다. 두나무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인프라 안정성, 보안, 이용자 보호, 제도 대응 구조를 축적해 왔다. 이는 단기 성장보다 어디에 힘을 가해야 산업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지를 고민한 선택에 가깝다.
김 부회장은 최근 2030 세대를 넘어 40대 투자자들까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는 현상에도 주목했다. 업비트 출범 이후 시간이 흐르며 투자자의 연령대와 경험치가 함께 높아졌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키워드는 ‘투자의 자유’와 ‘과도한 후견주의에 대한 반감’이라는 설명이다.
이 지점 역시 김형년 부회장이 말하는 레버리지 포인트와 맞닿아 있다. 과도한 제한은 보호로 작동하기보다, 선택지를 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는 제도가 주도적으로 무엇을 만들어내기보다, 전략적으로 관리하면서 안전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년 부회장의 발언과 행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속도’나 ‘유행’이 아니다.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탐색이다. 이것이 그가 바라보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레버리지 포인트다.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논의는 종종 찬반의 문제로 단순화된다. 이미 존재하고 움직이는 산업에서, 어떤 선택이 구조를 바꾸는 힘으로 작동하는지를 묻고 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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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권오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