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설날인 1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해고 노동자와 단식 농성자, 대형 참사 희생자를 위한 ‘거리 차례’와 합동 차례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가족과 함께해야 할 명절에 거리와 농성장을 지키는 이들을 위로하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를 다시 한 번 드러내는 자리였다.
비정규·해고 노동자 농성장을 지원해 온 단체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은 이날 오후 1시 25분께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도로에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농성장 차례를 진행했다. 설 차례상은 농성 천막 앞 도로 한복판에 차려졌다.
꿀잠 관계자는 “오늘 차례가 세종호텔 지부 사람들이 힘과 기운을 모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지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은 “지난 한 해 고공 농성에 이어 로비 농성까지 간절한 투쟁이 있었으나 복직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며 “우리도 가족과 함께 지내는 명절을 원한다. 다음 명절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명절에도 일터 복귀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실을 토로한 것이다.
꿀잠은 세종호텔 농성장에 이어 청와대 사랑채 앞 홈플러스지부·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단식 농성장, 서울시교육청 앞 지혜복 교사 부당징계 철회 농성장, 서울역 인근 색동원 인권침해 해결과 탈시설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 등으로 이동하며 연달아 거리 차례를 지냈다. 차례상에는 떡과 전 등 명절 음식이 올랐고, 농성자와 연대 시민들이 함께 절을 올렸다.
대형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차례도 이어졌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이후 네 번째 설을 맞아 이날 오후 1시 59분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 기억·소통공간에서 상차림 행사를 열었다. 시작 시각 1시 59분은 희생자 159명을 상징한다.
유가족과 국회의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차례상에는 전과 떡 같은 전통 음식과 함께 피자 여러 판이 올랐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이 생전에 즐겨 먹었을 법한 음식을 함께 올려 그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유가족들은 “작년 설에는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도 시작되지 않았고 검경 합동수사팀도 구성되지 않았었는데 그에 비하면 올해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에는 변화된 새해를 맞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조사와 수사가 진전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이 담겼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도 오후 4시 16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합동 차례를 올렸다. 참사 발생일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에 맞춰 시작된 행사에는 100여 명의 유가족과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준비한 명절 음식을 나누며 기억과 연대를 이어갔다.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잇따른 거리 차례와 합동 차례는 명절의 풍경 한켠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실과 싸움, 그리고 ‘다음 명절에는 달라지길 바란다’는 절실한 바람을 함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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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