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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응원의 열기를 존중의 질서로…축구장에서 발견한 대중문화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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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응원의 열기를 존중의 질서로…축구장에서 발견한 대중문화의 품격
  • 심우일 기자
  • 승인 2026.10.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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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 홈페이지 캡처.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 홈페이지 캡처.

[CBC뉴스] 대중가수의 축구장 방문은 단순한 축하 행사로 끝날 수도 있다. 유명인의 등장으로 관중이 늘어나고, 경기 전 공연과 시축이 화제를 모으는 것은 스포츠와 대중음악의 협업에서 흔히 기대하는 효과다. 그러나 가수 임영웅의 K리그 시축은 조금 다른 질문을 남겼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가. 그리고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관객의 행동과 공공장소의 질서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

임영웅이 2023년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대구FC의 K리그1 경기에서 시축자로 나선 일은 이러한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당시 경기에는 4만5007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축구 팬뿐 아니라 임영웅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이날 주목할 부분은 유명 가수의 등장 자체에만 있지 않았다. 축구 경기의 주인공은 선수와 구단이며,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 역시 그 공간의 본래 목적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 팬들의 관람 방식과 연결됐다는 점이다.

이는 스포츠와 예술이 만나는 자리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문화적 영향력은 많은 사람을 한곳으로 불러 모으는 능력에서 출발하지만, 그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함께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권리와 목적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축구장과 공연장은 모두 관객의 감정이 집단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이다. 함성과 박수, 환호가 발생하고 낯선 사람들이 하나의 경험을 공유한다. 그러나 두 공간의 운영 원리에는 차이가 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 예술가와 그의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 사이의 관계가 중심을 이룬다. 반면 축구장에서는 경기 자체가 중심이며,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각자의 감정을 표현한다. 특정 구역에는 오랜 시간 형성된 응원 방식과 관람 관습도 존재한다.

따라서 가수의 팬들이 축구장을 방문한다는 것은 익숙한 공연 문화를 새로운 장소에 그대로 옮겨놓는 일이 아니다. 그 장소가 이미 가지고 있는 규칙과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 요구된다.

임영웅의 시축 당시 팬들 사이에서는 축구 팬들의 응원 공간을 존중하고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특히 팬덤의 상징색인 하늘색과 상대 구단인 대구FC의 팀 색상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복장과 응원 방식에 주의를 기울이자는 취지가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의 의미는 단순히 특정 색상의 옷을 입지 않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일과 다른 사람들이 축구를 즐길 권리를 존중하는 일이 양립할 수 있다는 인식에 있다.

좋아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장소라고 해서 그 공간 전체가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문화공간에서는 방문 목적이 다른 사람들도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관람 에티켓은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시작된다.

현대 대중문화에서 팬덤은 강력한 집단적 영향력을 갖는다. 음반과 공연 소비를 넘어 온라인 여론, 문화행사 참여, 사회공헌 활동에 이르기까지 그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그러나 팬덤의 영향력을 오직 규모로 평가한다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움직였다는 사실과 그 움직임이 긍정적인 결과를 남겼다는 사실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가수의 팬들이 대규모로 경기장을 찾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경기장 입장권 판매에 기여할 수 있고, 평소 축구에 관심이 적었던 사람들에게 프로축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반면 경기의 흐름이나 기존 관중의 응원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관객의 유입은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팬덤의 집단행동에는 언제나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문화적 관심을 확장하는 힘과 기존 공간의 질서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임영웅의 K리그 시축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팬덤의 영향력을 관람 예절이라는 문제와 함께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팬이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응원은 다른 관객의 경험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팬덤에만 요구되는 특별한 의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시민적 태도다.

성숙한 팬덤은 열정이 부족한 집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열정을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집단에 가깝다.

열광과 절제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적절한 절제는 열광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건이 된다.

유명인의 사회적 영향력은 대체로 인지도와 대중적 관심을 통해 측정된다. 얼마나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지, 얼마나 자주 화제에 오르는지, 어떤 분야까지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지가 평가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영향력의 크기와 영향력의 성격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성숙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 관심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임영웅의 시축은 대중가수의 인기가 프로축구라는 별도의 문화 영역과 만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줬다. 경기장을 찾는 관객의 구성이 달라지고, 축구를 접하는 경로가 다양해지며, 팬덤의 관람 방식이 새로운 관심사가 됐다.

가수 임영웅[물고기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수 임영웅[물고기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타 한 사람의 행동이 모든 관객의 태도를 결정한다는 식의 단순한 설명을 경계하는 일이다.

팬덤은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수동적 집단이 아니다. 팬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행사에 맞는 행동 방식을 논의하며,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의 평판을 고려하기도 한다.

따라서 시축 당시 나타난 관람문화는 가수의 대중적 영향력과 팬들의 자발적인 판단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타의 영향력은 무대 위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른 문화와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를 통해서도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러한 해석이 임영웅이나 팬덤 전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하나의 행사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사례를 모든 상황에 일반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보다 그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관람문화의 원칙이다.

스포츠와 대중음악은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관객의 관심과 참여를 바탕으로 유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로축구는 경기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문화이며, 대중음악은 음악과 공연을 중심으로 관객과 관계를 맺는다. 두 영역이 만날 때는 새로운 관객층이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협업을 단순히 관중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한다면 스포츠와 예술이 만나는 의미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축구 팬에게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중요하다. 가수의 팬에게는 좋아하는 예술가를 만나는 경험이 중요하다. 두 집단의 관심이 다르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목적이 다른 쪽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밀어낼 때 발생한다.

성공적인 문화적 만남은 두 집단의 차이를 없애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같은 장소를 공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임영웅의 시축은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가수의 팬들은 축구라는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얻었고, 기존 축구 팬들은 평소와 다른 관객들이 경기장을 찾는 장면을 경험했다. 다만 이날 방문한 팬들이 이후 실제로 K리그의 지속적인 관중이 됐는지는 별도의 자료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일회성 방문과 장기적인 스포츠 팬의 형성은 구분해야 한다. 새로운 관객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 프로축구의 저변이 확대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만남이 갖는 문화적 가능성은 분명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평소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서 서로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예술의 협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도 여기에 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접점을 넓혀가는 것이다.

에티켓이라는 단어는 때로 사소한 행동 규칙처럼 받아들여진다. 질서를 지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정해진 장소에서 적절하게 행동하는 정도의 문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수만 명이 모이는 경기장에서 관람 에티켓은 단순한 개인적 예의에 머물지 않는다.

입장과 퇴장, 좌석 이용, 응원 방식, 경기 진행에 대한 존중은 모두 다른 관중의 경험과 연결된다.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같은 행동이 집단적으로 반복되면 경기장 전체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팬덤이 참여하는 행사에서는 자율적인 질서가 중요하다.

물론 자율적인 관람문화가 경기장 운영 주체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구단과 주최 측은 관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운영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관객 역시 이를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 팬덤 내부의 자발적인 배려가 더해질 때 서로 다른 관람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공존이 가능해진다.

임영웅의 시축을 둘러싼 관람 에티켓의 의미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다른 팀의 상징을 존중하고, 기존 축구 팬들의 응원 문화를 고려하며, 자신이 방문한 공간의 목적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특정 행사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음악 축제와 지역 행사, 국제 스포츠대회와 대규모 공연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즐거움이 훼손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 이것이 공동체적 관람문화의 기본이다.

대중문화의 현장에서는 강렬한 순간이 쉽게 기억된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 가수의 등장에 터져 나오는 함성, 수많은 사람이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경험은 인상적인 기억을 남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 장면을 다시 살펴보면 다른 질문이 중요해진다.

그날 얼마나 큰 환호가 있었는가보다 그 환호 속에서 서로 다른 관객들이 어떻게 공존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가보다 그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공간을 사용했는가.

이 질문들은 대중문화의 성숙을 인기나 소비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임영웅의 K리그 시축은 한 가수의 대중적 인지도가 스포츠 현장과 만난 사건이었다. 동시에 팬덤의 집단적 참여가 관람문화의 문제와 연결된 사례이기도 했다.

그 의미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한 번의 시축이 한국 프로축구의 관람문화를 바꾸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특정 팬덤이 다른 모든 관객보다 성숙하다는 비교 역시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는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열정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와 충돌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속한 문화에 대한 애정이 다른 문화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도 없다.

대중문화가 성숙한다는 것은 환호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환호할 수 있도록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는 일에 가깝다.

임영웅의 시축이 남긴 의미를 굳이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그것은 유명 가수가 축구장에 등장했다는 사실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지켜야 할 예의를 생각하게 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경기를 통해 사람을 모으고, 예술은 감정을 통해 사람을 연결한다. 그 만남이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열광의 크기뿐 아니라 그 열광을 담아내는 태도도 중요하다.

결국 성숙한 관람문화는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배려가 축구장이라는 공간에서 스포츠와 예술을 함께 빛나게 하는 조건이 된다.

[해당 콘텐츠는 네티즌 어워즈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스타들을 조명한 기사입니다. 네티즌 어워즈는 투표권을 판매하지 않고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투표 기회를 제공하는 온라인 팬 투표 플랫폼입니다. 자본이 아닌 팬들의 자발적이고 꾸준한 참여로 순위가 결정되며, 누적 7900만표는 팬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쌓아 올린 순수 팬심의 기록입니다. AI가 일부 조력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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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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