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음악이 대중에게 도달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발표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긴 시간을 돌아 뒤늦게 주목받는 노래도 있다. 전자를 정주행이라 부르고 후자를 역주행이라 부른다. 서로 반대 방향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두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음악이 청취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룹 리센느(RESCENE)가 새롭게 발표한 미니 4집 'PULSE'로 이러한 음악 시장의 두 가지 흐름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11월 3일 오후 9시 기준 멜론 HOT100 차트에서 리센느의 신곡 'With'가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앨범의 'Finest Thing'은 2위, '백화요란(Inside Out)'은 3위, 'MEME'는 5위에 올랐다.
신곡 다섯 곡 가운데 네 곡이 HOT100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특히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곡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멜론 최신곡 국내 차트에서도 'With'가 1위에 올랐다. 공개된 화면에서는 'LOVE ATTACK'이 4위, 'Finest Thing'이 5위를 기록했다.
새 앨범의 음악과 기존 발표곡이 함께 주목받는 모습이다.
다만 HOT100과 최신곡 차트는 각각 별도의 집계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이번 순위를 멜론 전체 이용자의 음악 선호도나 장기적인 흥행 성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리센느의 신곡들이 발매 직후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음악은 빠르게 정상에 오를 때 성공하는 것인가, 아니면 오래 살아남을 때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인가.
정주행은 출발의 힘을 보여준다. 신곡을 기다려온 팬들의 관심과 음악을 향한 기대가 발매 직후 집중되는 현상이다. 반면 역주행은 시간의 힘을 보여준다. 발표 당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노래가 새로운 계기를 만나 다시 대중의 선택을 받는 과정이다.
정주행이 현재의 관심을 수치로 드러낸다면 역주행은 과거의 음악이 현재에도 유효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정주행이 반드시 일시적인 열풍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역주행이라고 해서 음악적 가치가 더 높은 것도 아니다. 두 현상은 음악의 우열이 아니라 대중과 만나는 시점의 차이를 보여준다.

리센느의 새 앨범 'PULSE'는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볼 만하다.
앨범의 첫 곡 'Finest Thing'은 순간적인 화려함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깊어지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쉽게 사라지는 관심이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진정성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는 빠른 소비와 끊임없는 신곡 경쟁이 반복되는 음악 시장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읽힌다.
타이틀곡 'With'는 오랫동안 꿈꿔온 상대와 마주하는 순간을 노래한다. 서정적인 시작에서 강렬한 후렴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감정의 고조를 드러낸다. 특히 혼자 달려온 시간이 함께 나아가는 약속으로 바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노래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마침내 누군가와 함께하게 됐다는 감정이다.
'백화요란(Inside Out)'은 기다림 끝에 감정이 만개하는 순간을 그린다. 묵직한 리듬과 부드러운 알앤비 화음이 어우러지며, 오랫동안 품어온 감정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한다.
'MEME'는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과 웃음을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았다. 차이를 지우는 대신 서로의 개성을 받아들이는 관계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마지막 곡 'Dragon'은 거친 세상에서 서로의 꿈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것이 그를 붙잡아두는 일이 아니라 더 높이 날아갈 수 있도록 힘을 건네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중심을 이룬다.
이처럼 다섯 곡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펼치지만 시간과 관계, 성장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공유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앨범의 메시지가 차트 경쟁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1위가 내일의 1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늘의 순위가 내려갔다고 해서 음악이 지닌 의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차트는 중요한 지표다. 음악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지, 특정 시점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지 보여준다. 아티스트에게는 자신의 음악이 청취자에게 도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트는 음악의 모든 시간을 기록하지 못한다.
어떤 노래는 발표 직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어떤 노래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난 뒤 새로운 청취자를 만난다. 또 어떤 음악은 차트 상위권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특정 세대나 개인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음악의 생명력을 단 하나의 순위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주행과 역주행은 경쟁하는 개념이 아니라 음악이 대중에게 도달하는 서로 다른 경로라고 할 수 있다.
정주행이 기다림에 대한 즉각적인 응답이라면 역주행은 잊힌 듯했던 음악에 대한 뒤늦은 재발견이다.
두 길 모두 청취자의 선택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리센느가 이번 신곡 발표와 함께 보여준 멜론 차트 성적은 정주행의 출발점에 가깝다. 신곡들이 상위권에 나란히 진입하면서 앨범 전체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존 발표곡 'LOVE ATTACK'까지 최신곡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신곡에 집중된 관심과 과거 발표곡을 향한 청취가 같은 시점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역주행이라고 규정하려면 과거 순위와 현재 순위의 변화, 일정 기간의 청취 추이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차트에서 드러난 신곡과 기존곡의 동반 존재는 리센느의 음악을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바라볼 여지를 제공한다.
앨범은 발표되는 순간 완성되지만 음악의 의미는 그 이후에도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는 멜로디 때문에 듣던 노래가 시간이 흐른 뒤 가사 때문에 다시 떠오를 수 있다. 발표 당시에는 지나쳤던 곡이 어느 날 자신의 경험과 맞닿으며 특별한 의미를 얻기도 한다.
음악이 지닌 힘은 바로 이러한 시간의 확장성에 있다.
리센느의 'PULSE'라는 앨범명 역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맥박은 한 번의 강렬한 움직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움직임이 이어질 때 비로소 생명의 리듬이 된다.
음악 활동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차트 정상 등극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과제는 다음 노래에서도 청취자와 만날 수 있는가,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들을 이유를 남길 수 있는가에 있다.
정주행은 음악이 지금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준다. 역주행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사이에는 숫자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음악과 청취자의 관계가 존재한다.
리센느는 새 앨범 'PULSE'를 통해 발매 직후 멜론 차트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제 관심은 이 출발이 어떤 시간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모인다.
정상에 오르는 일과 정상에서 내려온 뒤에도 기억되는 일은 서로 다른 과제다.
대중음악에서 오래 살아남는 노래는 반드시 가장 빨리 정상에 도착한 노래만은 아니다. 반대로 뒤늦게 발견된 노래만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음악의 가치는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리센느의 이번 신곡 발표가 던지는 질문도 결국 여기에 있다.
오늘 차트에서 빛나는 노래가 내일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정주행과 역주행의 미학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데 있지 않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듣고 싶은 음악으로 남는 데 있다.
리센느가 'PULSE'로 보여준 차트 돌풍은 그 가능성을 가늠할 새로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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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