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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 '가왕' 담론의 형성과 재생산…조용필을 통해 본 한국 대중음악의 정전화(正典化)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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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 '가왕' 담론의 형성과 재생산…조용필을 통해 본 한국 대중음악의 정전화(正典化) 과정
  • 심우일 기자
  • 승인 2026.10.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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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YPC 제공
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YPC 제공]

[CBC뉴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는 많지만 그 시대가 지나간 뒤에도 음악사의 기준으로 거론되는 가수는 제한적이다. 대중의 취향은 변하고 음악을 소비하는 매체도 달라진다. 한때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던 노래가 새로운 세대에게는 낯선 음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작품은 발표 당시의 유행을 넘어 후대의 음악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남는다. 특정한 가수의 이름이 개인의 성취를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시대의 음악적 특징을 대표하는 언어가 되는 것이다.

가수 조용필에게 붙는 '가왕(歌王)'이라는 호칭은 이러한 현상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가왕은 문자 그대로 노래의 왕이라는 뜻이지만, 한국 대중음악에서 조용필을 지칭할 때는 단순한 가창력의 우열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오랜 활동 기간과 상업적 성과, 다양한 음악적 시도, 세대를 가로지르는 대중적 인지도가 축적되면서 형성된 상징적 지위에 가깝다.

조용필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려면 그의 음악적 성취와 그 성취를 평가해 온 사회적 과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 뛰어난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음악이 한 사회의 대표적인 유산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동일하지 않다. 후자에는 대중의 기억과 방송의 반복적인 소개, 공연 문화, 음악사 서술, 후배 음악인들의 해석과 계승이 관여한다.

문화연구에서 정전화(正典化)는 특정한 작품이나 인물이 한 문화의 대표적 기준으로 선택되고 인정받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원래 정전은 문학과 종교, 예술에서 권위 있는 작품들의 집합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돼 왔다. 대중음악에 적용하면 수많은 노래 가운데 일부가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고, 특정한 음악인이 후대의 평가에서 반복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부여받는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

정전화는 단순히 인기 순위를 고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당대의 상업적 성공이 역사적 평가의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두 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발표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음악이 훗날 재평가되기도 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 음악사 서술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지기도 한다. 어떤 작품이 오랫동안 기억되는가에는 음악적 특성뿐 아니라 그것을 보존하고 해석하는 사회적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조용필의 활동은 이러한 두 영역이 비교적 뚜렷하게 만나는 사례다. 그는 1968년 그룹 애트킨즈를 결성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1969년 미8군 무대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후 여러 밴드를 거치며 록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1970년대 중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용필의 초기 대중적 성공을 설명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항구와 이별, 귀환을 둘러싼 정서는 한국 대중가요에서 오랫동안 다뤄진 소재였지만 조용필의 노래는 그러한 정서를 강한 발성과 독특한 음색으로 전달했다. 이 곡의 확산은 그가 록 밴드 활동을 통해 쌓아온 음악적 경험을 보다 넓은 대중과 연결하는 계기가 됐다.

1980년 발표한 음반은 조용필의 음악적 위상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가 수록된 이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의 음반 판매 역사에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조용필은 같은 해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고, 주요 가요 시상식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이 시기의 성공은 하나의 인기곡에 의존한 결과가 아니었다. 조용필은 서로 다른 음악적 성격을 가진 곡들을 발표하며 대중적 기반을 넓혔다. '창밖의 여자'가 극적인 정서와 강한 발성을 중심에 둔 작품이라면 '단발머리'는 경쾌한 리듬과 현대적인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두 노래는 같은 음반에 수록됐지만 서로 다른 청취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창밖의 여자'는 한국 대중가요의 기존 선율적 관습과 록 음악의 표현을 결합한 작품으로 분석돼 왔다. 비극적인 정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강한 발성과 극적인 구성으로 감정의 밀도를 높였다. 당시 대중에게 익숙했던 가요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록적인 에너지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음악사적 의미를 갖는다.

'단발머리'에서는 또 다른 방향이 드러난다. 전자악기의 음색과 경쾌한 리듬은 '창밖의 여자'와 구별되는 음악적 분위기를 만든다. 조용필의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러한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특정한 음악 양식을 고수하기보다 곡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을 활용했다.

1980년대 조용필의 활동은 이러한 음악적 폭을 더욱 넓혔다. '고추잠자리', '못 찾겠다 꾀꼬리', '친구여', '킬리만자로의 표범', '허공', '모나리자' 등은 서로 다른 음악적 구성과 정서를 지닌 작품들이다. 이 곡들을 하나의 스타일로 묶기는 어렵지만 대중적 친숙함과 강한 가창 표현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조용필의 음악적 실험을 논할 때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 곡은 일반적인 대중가요의 짧은 형식에서 벗어나 긴 서사적 전개와 낭송에 가까운 표현, 노래가 결합된 구조를 지닌다. 인생의 욕망과 고독을 다루는 가사는 단순한 사랑 노래와 다른 정서를 형성한다.

작품의 길이와 구성만으로 예술적 우수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중가요의 형식 안에서 낭송과 극적인 전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조용필의 음악적 시도가 상업적으로 익숙한 형식에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모나리자' 역시 조용필의 록적인 표현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한 리듬과 반복적인 선율, 고음역의 발성이 결합해 공연장에서 집단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 적합한 구조를 갖는다. 이 곡의 성격은 서정적인 발라드와 구별되며 조용필이 무대에서 구현해 온 역동적인 음악의 한 측면을 드러낸다.

조용필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장르의 수보다 서로 다른 음악적 관습을 대중적인 노래 안에서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다. 록과 발라드, 트로트와 민요적 요소는 각기 다른 역사와 청중을 지니고 있다. 조용필은 이러한 음악적 자원을 활용하면서 특정한 연령층이나 취향에만 한정되지 않는 레퍼토리를 형성했다.

이러한 폭넓은 음악적 활동은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구조와도 연결된다. 당시 대중음악은 텔레비전과 라디오, 음반시장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진 노래는 여러 지역과 세대의 청취자에게 동시에 전달될 수 있었다. 오늘날처럼 음악 소비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과 개인별 추천 체계로 분화되기 이전의 환경이었다.

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YPC 제공
조용필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YPC 제공]

조용필은 이러한 매체 환경에서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그의 노래는 서로 다른 연령층이 공유하는 음악적 경험의 일부가 됐다. 한 가수의 노래를 청소년과 중장년층이 함께 알고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판매량과 구별되는 문화적 성격을 지닌다.

물론 당시의 대중적 성공을 전적으로 음악적 역량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방송 매체의 영향력과 음반 유통 구조, 공연 기회 등도 가수의 인지도를 형성하는 조건이었다. 어떤 음악이 널리 알려지는가에는 작품 자체의 특성과 함께 그것이 전달되는 경로가 관여한다.

조용필의 '가왕'이라는 지위도 이러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됐다. 주요 가요 시상식에서의 수상, 음반 판매 성과, 장기간의 활동, 폭넓은 레퍼토리가 그의 이름에 권위를 부여하는 근거가 됐다. 이후 그 성취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용필은 개별 히트곡을 가진 가수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의 대표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가왕'이라는 호칭의 성격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가요 시상식의 '가수왕'은 특정한 시기와 제도 안에서 수여되는 상이다. 반면 조용필에게 통용되는 '가왕'은 공식적으로 한 사람에게 영구히 부여되는 자격이나 법적 지위가 아니다. 대중과 음악산업, 언론의 평가가 축적되면서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문화적 호칭이다.

이 차이는 정전화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특정한 시상식의 수상은 시점과 결과가 명확하지만 문화적 권위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다. 작품이 반복적으로 소개되고 후대의 음악사에서 중요한 사례로 다뤄지며 공연과 방송을 통해 새로운 청중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 권위가 유지된다.

조용필의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1970년대 대중가요의 변화와 1980년대의 음악적 흐름, 록과 대중가요의 결합, 대형 공연 문화의 발전을 논할 때 그의 활동은 중요한 사례로 다뤄진다.

이처럼 특정한 음악인의 작품이 역사적 설명의 기준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 그 작품은 단순한 과거의 히트곡과 다른 위치를 갖는다. 후대의 청자는 그 음악을 발표 당시의 유행으로만 접하지 않는다. 한국 대중음악이 어떤 변화를 거쳐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작품으로 만나게 된다.

정전화는 이처럼 작품의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음반을 구매하고 방송을 청취하는 대중의 선택을 통해 인기가 형성된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음악사 서술과 기념 공연, 재해석과 교육적 소개 등을 통해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다. 한 시대의 대중적 선택이 후대의 문화적 평가와 만나는 것이다.

조용필의 경우 정전화가 과거의 성취를 보존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는 장기간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면서 이미 형성된 명성과 현재의 창작 활동을 함께 이어왔다. 이는 그의 위상을 설명할 때 빼놓기 어려운 특징이다.

2013년 발표한 정규 19집 'Hello'는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Bounce'와 'Hello'는 당시의 대중음악 환경에서 새로운 청중에게 접근한 작품이었다. 기존의 대표곡을 다시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운드와 곡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그의 활동은 회고적인 성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Bounce'는 경쾌한 리듬과 반복적인 후렴, 선명한 선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과거의 대표곡들과 다른 시대의 음악적 감각을 반영하면서도 조용필 특유의 발성이 곡의 중심을 이룬다. 오랜 활동을 통해 형성된 가수의 정체성과 새로운 음악적 표현이 함께 나타난 사례다.

이러한 활동은 정전화된 음악인이 직면하는 문제를 드러낸다. 대중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 많을수록 새로운 음악은 과거의 성취와 비교되기 쉽다. 청자는 익숙한 노래의 정서를 기대할 수 있고, 창작자는 이미 형성된 이미지와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도 있다.

2024년 발표한 정규 20집 '20'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13년 'Hello' 이후 11년 만에 발표된 정규 음반으로, 조용필은 2022년과 2023년의 'Road to 20' 프로젝트를 거쳐 신곡을 선보였다. 정규 20집의 발매는 오랜 활동의 결과물이면서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는 현재의 창작 행위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조용필을 과거의 명곡만으로 설명하면 현재 진행 중인 음악 활동이 가려진다. 반대로 새로운 음반의 발표만을 강조하면 그 음악이 오랜 작품 세계와 맺는 관계를 충분히 살피기 어렵다. 조용필의 음악적 위치는 과거의 성취와 현재의 활동을 함께 검토할 때 보다 정확하게 드러난다.

공연은 이러한 관계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장소다. 오래된 대표곡과 새롭게 발표한 노래가 하나의 무대에서 연주되면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이 현재의 청취 경험 안에 놓인다. 관객은 과거에 익숙했던 곡을 다시 듣는 동시에 새로운 작품을 접한다.

2023년 데뷔 55주년 공연과 2024년 정규 20집 발매 기념 공연, 2025년 KBS 대기획 공연, 2026년 초까지 이어진 콘서트 일정은 조용필의 음악이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의 공식 활동 연혁에는 2026년 1월 서울 KSPO DOME 공연까지 확인된다.

공연장에서 오래된 노래가 다시 연주되는 일은 음원의 단순한 반복과 다르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 환경과 편곡, 가수의 현재 목소리, 관객의 반응에 따라 감상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 수십 년 전에 발표된 노래가 현재의 무대에서 다시 연주될 때 과거의 작품은 새로운 시간과 만난다.

이러한 공연 문화는 조용필의 음악적 지위가 유지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요소다. 대표곡은 무대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되고, 오래전부터 음악을 들어온 관객과 이후에 노래를 접한 관객이 같은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공연이 실제로 세대 간 인식을 얼마나 변화시키는지는 관객 구성과 수용 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가왕' 담론의 재생산은 공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음악인의 활동을 기념하는 방송 프로그램과 기록물, 음악사적 서술 역시 특정한 작품과 인물을 반복적으로 소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의 음악은 현재의 문화적 기억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2025년 KBS가 기획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방송사가 특정 음악인의 오랜 활동을 대규모 기획 공연의 형식으로 다룬다는 사실은 그 음악인이 현재의 대중문화에서 어떤 위치를 부여받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방송은 음악을 전달하는 매체인 동시에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특정한 음악인의 대표곡을 선정하고 활동의 역사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는 그 인물의 음악적 생애가 일정한 이야기로 정리된다. 이러한 서술은 시청자가 음악인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방송과 언론이 조용필의 권위를 일방적으로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충분하지 않은 인물을 반복적으로 소개한다고 해서 반드시 문화적 정전으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조용필의 경우 오랜 음악 활동과 상업적 성과, 다양한 작품, 공연 경험이 축적돼 있었고 방송과 기록은 이러한 성취를 다시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정전화는 작품의 성취와 사회적 평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대중적 성취가 역사적 평가의 근거가 되고, 역사적 평가는 다시 해당 음악이 새로운 세대에게 소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는 선택의 문제가 따른다. 한 음악인의 대표작을 선정하는 순간 다른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될 수 있다. 조용필의 이름이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모나리자', 'Bounce' 등의 대표곡을 중심으로 소개될 때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 전체가 동일한 비중으로 다뤄지는 것은 아니다.

정전은 문화적 기억을 보존하는 데 기여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다. 대표곡으로 선정된 작품은 반복적으로 연주되고 소개될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덜 알려진 곡은 음악사적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조용필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한 시대의 음악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대표적인 인물을 선택하는 일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인물의 성취가 곧 해당 시대의 음악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는 조용필 외에도 다양한 음악인과 장르가 존재했다. 발라드와 록, 댄스음악, 언더그라운드 음악 등은 서로 다른 경로로 발전했다. 조용필이 당시의 중요한 음악적 흐름을 대표한다는 평가와 그 시대의 모든 음악적 성취를 혼자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가왕'이라는 호칭 역시 이러한 구별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명칭은 조용필이 축적한 음악적 성취에 대한 대중적 존중을 표현하지만, 모든 시대와 장르를 통틀어 객관적으로 단 한 명의 우월한 음악인을 결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음악의 가치는 가창력과 작곡, 표현력, 대중적 영향력, 시대적 의미 등 서로 다른 기준에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용필에게 이 호칭이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는 사실 자체는 분석할 가치가 있다. 특정한 수식어가 개인의 이름과 결합해 반복적으로 사용될 때 그 명칭은 하나의 사회적 인식으로 자리 잡는다. 이후에는 이름과 호칭이 서로를 설명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조용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왕'이라는 표현이 떠오르고, '가왕'이라는 호칭을 접하면 조용필을 연상하는 문화적 관습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관습이 어느 시점에 어떤 매체를 통해 확산됐는지를 정확히 규명하려면 시대별 신문과 방송 기록을 분석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사용 양상에서 이 호칭이 그의 음악적 위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정착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적 결합은 음악인의 사회적 지위를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가왕'이라는 호칭은 조용필의 음악을 직접 들려주지 않지만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부터 일정한 기대와 평가의 틀을 제공할 수 있다. 처음 조용필의 음악을 듣는 사람도 그가 한국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설명을 먼저 접할 수 있다.

이는 정전화가 작품의 감상 이전에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을 듣기 전에 이미 해당 작품이 명곡으로 소개되거나 특정한 음악인이 역사적인 인물로 설명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전 정보는 작품을 이해하는 배경이 되지만 실제 감상의 결과까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한 세대가 조용필의 음악을 자신의 청춘과 연결해 기억한다면 다른 세대는 음악사적 설명이나 방송 프로그램, 새로운 공연을 통해 그의 노래를 처음 접할 수 있다. 같은 작품이 서로 다른 세대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노래는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기억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발견하는 음악일 수 있다.

이러한 차이 속에서 조용필의 작품은 과거의 유행가와 현재의 문화적 유산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함께 지닌다. 노래가 처음 발표됐을 당시의 사회적 환경은 사라졌지만 작품 자체는 음원과 공연, 기록을 통해 계속 접할 수 있다. 새로운 청자는 그 노래를 자신의 시대에서 다시 해석한다.

정전화된 음악이 반드시 박물관의 유물처럼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작품이 새로운 연주와 감상을 통해 다른 의미를 얻는다면 그 작품의 문화적 생명은 현재에도 이어진다. 조용필이 오랜 기간 공연과 신곡 발표를 병행해 왔다는 사실은 이러한 정전의 현재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조용필의 '가왕' 담론은 결국 세 가지 층위에서 형성돼 왔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음반과 공연, 음악적 시도를 통해 축적된 실제 성취다. 둘째는 이러한 성취를 평가하고 대표적인 음악사로 정리해 온 방송과 대중문화의 제도적 환경이다. 셋째는 그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기억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해 온 청중의 경험이다.

세 영역은 서로 구별되지만 완전히 분리돼 있지는 않다. 작품의 성취는 대중적 평가의 근거가 되고, 반복적인 소개는 음악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 청중의 기억은 오래된 작품이 계속해서 연주되고 소비되는 문화적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의 구체적인 영향력과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장기간의 음반 판매 기록, 방송 편성, 공연 관객, 언론 보도와 음악사 서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조용필의 사례를 통해 정전화의 구조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각각의 요인이 그의 문화적 지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현재의 사실만으로 계량할 수는 없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조용필이 차지하는 위치는 과거의 수상 경력이나 음반 판매 기록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그는 여러 음악적 양식을 활용해 폭넓은 작품 세계를 형성했고, 오랜 활동 기간에도 새로운 음악을 발표했으며, 공연을 통해 자신의 노래를 현재의 청중에게 전달해 왔다.

'가왕'이라는 호칭은 이러한 활동의 결과를 압축해 표현하는 언어다. 그러나 그 호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찬사의 반복보다 실제 음악과 그것이 만들어지고 수용된 역사를 살펴야 한다.

조용필의 정전화는 한 가수의 성공이 어떻게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적 기억으로 편입되는가를 보여준다. 동시에 특정한 음악인을 대표적인 기준으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강조되고 무엇이 상대적으로 가려지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노래를 다시 듣는 일은 과거의 음악을 그대로 복원하는 행위가 아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도 변했고 음악이 놓인 사회적 환경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같은 멜로디와 목소리가 서로 다른 시대의 청중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은 대중음악이 지닌 지속성의 한 단면이다.

조용필의 노래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대중적 경험을 간직한 작품인 동시에 오늘날에도 새롭게 감상될 수 있는 음악이다. 과거의 성취가 역사적 평가로 이어지고, 그 평가가 다시 현재의 공연과 청취를 통해 유지되는 과정에서 그의 음악적 위치는 계속해서 설명되고 재구성된다.

결국 조용필을 둘러싼 '가왕' 담론의 핵심은 누가 가장 뛰어난 가수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데 있지 않다. 한 사회가 어떤 음악을 오래 기억하고 어떤 음악인을 자신의 대중문화사를 설명하는 기준으로 선택해 왔는가를 살피는 데 있다.

조용필은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그 노래를 듣고 기억하며 다시 불러온 것은 여러 시대의 청중이었다. '가왕'이라는 이름은 그 오랜 음악적 활동과 사회적 수용이 만나는 자리에서 형성됐다.

한 가수의 목소리가 한 시대의 기억이 되고, 그 기억이 다시 음악사의 일부로 기록되는 과정. 조용필의 이름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정전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지속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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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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