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철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여 <이슈픽 쌤과 함께>가 성탄절 특집을 준비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화려한 트리, 장식과 함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예수의 이미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예수의 형상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백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예수의 도상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24일 방송되는 <이슈픽 쌤과 함께>는 박정호 교수(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초대해 2000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공존해 온 예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연약한 아기로 태어난 예수
수많은 화가들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중요한 순간을 그림에 담았다. 그 중 르주 드 라 투르의 <아기 예수를 경배하는 목동들> (1648년 경) 작품을 들여다보면, 예수는 평범한 아기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예수는 가장 연약한 모습인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기원후 4세기 경 로마에 조성된 지하 묘지 성 마르첼리노와 성 베드로 카타콤에서 최초의 예수의 도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수염이 없는 평범한 청년이 어깨에 양을 메고, 양을 인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독교가 만들어지던 초기에는 기독교의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시기였기에, 양을 이끄는 소박한 목동 청년으로 예수를 표현한 것이다.
우주 만물의 창조주로 그려진 예수
콘스탄티누스 1세가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예수 도상이 지하에서 나와 공개적인 예배 공간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로 그려지게 된다. 서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산 비탈레 성당의 모자이크에서 예수는 강력하고 성숙한 권위자인 로마 황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제왕, 우주 만물의 창조주로 표현된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널리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예수의 모습 또한 표준화하게 되는데, 이때 중심이 되는 도상이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다. 뒤에서 후광이 비치고 긴 머리와 턱수염을 가진 ‘판토크라토르’는 이후 관습적인 예수의 도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판토크라토르’는 만물의 지배자라는 뜻으로, 예수를 만나는 ‘통로’로서의 이콘(icon) 도상이 되어 지금까지도 계속 전해진다고 한다.
예수에게서 ‘인간의 면모’를 보다
박 교수는 르네상스에 이르면 중세시대 예수의 모습과 달리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의 예수 도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 조토 디 본도네의 ‘십자고상’(1287∼1288)에서는 고개를 한쪽으로 떨군 채 눈을 감은 모습과 사실적으로 묘사된 곳곳에서 흐르는 피를 통해 고통스러운 죽음을 표현하였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만찬>에서는 이상적인 신체를 가진 예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수에 대한 중세의 관습적 해석에서 벗어나 진짜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르네상스 미술가로서 미켈란젤로의 독창성을 담은 것이다.
한편, 르네상스 시기 알프스 산맥 이북에서는 예수의 ‘내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16세기 독일 화가 그뤼네발트의 <이젠하임 제단화>에서는 고통받는 예수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깨끗해진 몸으로 부활한 예수의 형상을 담아,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박 교수는 다양한 그림을 통해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을 담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한 사례들을 소개하며 패널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개인화, 다양화 되어가는 예수
박 교수는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현대에 들어서 종교의 힘이 과거보다 약해지면서 종교 그 자체 목적보다는 현대 사회의 혼란과 고독 속에서 개인을 구원할 수 있는 상징으로서의 예수 도상을 그리게 되었다고 전했다. 폴 고갱과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을 소개하며 시대가 변하면서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양해지고, 종교화의 차원을 넘어 현대인의 고통과 비극 등을 미술의 소재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예수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 안에는 예수로부터 무엇을 볼 것인지, 당대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박 교수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예수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했지만, 그 안에 예수의 일생이 전하는 사랑과 희생, 희망의 메시지는 한결같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예수에게서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끝마쳤다.
<이슈 PICK 쌤과 함께> ‘2천 년의 예수, 시대를 담다’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일) 저녁 7시 10분 KBS 1TV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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