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하락으로 홍역 발병 증가, 대중의 백신 불신이 심화되는 상황

[CBC뉴스]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으로 취임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과거 백신 음모론을 지지한 인물로 알려지면서, 그의 취임 후 3주 만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연구 계획은 과학계와 의학계의 정설에 반하는 것으로,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이미 20여 년 전 무관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결정이 최근 10년간 최대 규모의 홍역 유행 중에 발표됐다고 전하며, 현재까지 200여 명이 감염되고 텍사스와 뉴멕시코에서 두 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백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낮아졌고, 이는 홍역 발병 사례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윌버 첸 메릴랜드 의대 교수는 연방정부가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겠다는 발표 자체가 대중의 백신 불신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거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에 홍역이 거의 사라졌으나, 최근 몇 년간 백신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발병 사례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텍사스와 뉴멕시코에서 각각 한 명씩 사망자가 발생했다.
케네디 장관은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도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각료 회의에서도 "(홍역으로 인한 사망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사태를 축소하려는 발언을 했다. 다만 CDC나 HHS는 케네디 장관이 이번 연구 추진 계획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CDC 본부장으로 지명한 데이브 웰던 전 하원의원도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처음으로 MMR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한 논문이 발표됐으나, 이후 분석의 치명적 문제가 드러나고 다른 연구자들이 반대 결론을 발표하면서 무관하다는 정설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 계획 발표로 인해 백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다시금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으며, 대중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과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대중의 불신을 줄이고,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