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국제 금시세가 온스당 4500달러선을 돌파했다.
한국시간으로 13일 오전 GC뉴욕상품거래소 기준 국제 금시세가 장중 온스당 4500달러를 넘어서면서 금값의 추가 상승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금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면 안전자산인 금이 밀릴 것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아니라, 증시 상승과 별개로 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기술주가 강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도 금시세가 시장의 주요 관심권에 머무는 배경이다.
12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중심의 강세가 나타났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58포인트(-0.04%) 내린 53,770.27에 마감했지만 S&P500지수는 20.30포인트(0.26%) 오른 7,748.50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43.04포인트(0.54%) 상승한 26,588.49로 거래를 마치며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흐름을 보였다.
뉴욕증시만 놓고 보면 투자자들의 시선이 대형 기술주와 성장주 쪽으로 향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금 시장까지 함께 보면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주가 상승 가능성을 쫓는 자금과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자금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은 주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자산이다.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처럼 실적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할 수 없고 채권처럼 이자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금이 금융시장 중심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은 국가나 특정 기업의 신용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 실물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오늘날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의 과정은 세계 통화체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금은 투자자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거래하는 상품이라는 의미보다 화폐 가치를 떠받치는 기준에 가까웠다. 19세기 후반 주요 국가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과 연계하는 금본위제를 운용했다. 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한 나라의 통화 신뢰도와 연결됐던 시기다.
하지만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 거대한 경제적 충격이 이어지면서 기존 금본위제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쟁 비용을 조달하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화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 보유량에 맞춰 화폐 공급을 제한하는 체제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4년에는 새로운 국제통화 질서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브레턴우즈 체제다.
새로운 체제에서는 미국 달러가 국제 금융질서의 중심에 섰다. 각국 통화는 달러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했고 미국은 달러를 금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세계 주요 통화가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달러 뒤에는 금이 놓이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이 질서 역시 영원하지 않았다.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달러는 크게 늘어났다. 미국의 해외 지출과 재정 부담도 확대됐다. 세계 곳곳에 풀려 있는 달러를 미국이 보유한 금으로 계속 교환해줄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전환점은 1971년 찾아왔다.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는 금 태환을 중단하면서 전후 국제통화 체제를 떠받쳐온 핵심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이른바 '닉슨 쇼크'다.
달러와 금이 고정된 비율로 연결돼 있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금은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현재 투자자들이 접하는 국제 금시장의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공교롭게도 금이 자유로운 시장가격을 갖게 된 직후 세계 경제는 거센 인플레이션과 맞닥뜨렸다.
1970년대에는 중동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과 석유 공급 차질이 잇따르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뛰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고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가 함께 나타나는 상황이 세계 경제를 짓눌렀다.
이 과정에서 금은 새로운 위치를 얻었다.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화폐 대신 실물 형태로 가치를 보존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금을 찾는다'는 시장 인식이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
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금값은 물가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금리를 함께 봐야 금시장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쉽다.
금은 그 자체로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은행 예금이나 채권의 이자가 높아지면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내려가거나 향후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지면 이자를 주지 않는다는 금의 약점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시장에서는 명목금리보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가 금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높은 물가에 비해 금리가 충분히 높지 않다면 현금이나 채권을 보유해 얻는 실질적인 수익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국제 금시장은 주로 달러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 외 국가 투자자들이 같은 양의 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자국 통화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금의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금시세는 주식시장 등락보다 달러와 금리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특징은 이후 여러 차례 세계 경제 위기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미국 주택시장 문제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고 대형 금융기관이 잇따라 흔들리면서 세계 금융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해졌다. 위기 초기에는 현금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다양한 자산을 동시에 팔면서 금 가격도 흔들렸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금융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금으로 이동했다.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돈이 공급될 경우 장기적으로 화폐의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정부 부채와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과정에서 특정 정부나 금융기관의 채무가 아닌 금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다시 조명받았다.
여기서 금의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난다.
금은 누구에게는 자산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부채는 아니다.
예금은 은행의 지급 의무와 연결돼 있고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채무다. 주식 역시 기업이라는 경제 주체의 가치에 기대고 있다. 반면 실물 금 자체는 특정 기관의 상환 능력을 전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릴 때마다 금이 반복해서 거론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도 비슷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의 막대한 국가부채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국가 신용도와 유로존 체제 자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특정 국가의 재정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금 역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금이 위기 때마다 계속 상승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금이 오히려 약세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는 금을 무조건적인 위기 회피 수단으로 보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더라도 현금 확보가 급해지면 금까지 매도될 수 있고,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더라도 달러와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하면 금값의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금의 이런 양면성을 다시 보여줬다.
세계 경제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초기 금융시장에서는 거의 모든 자산에서 현금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과 유동성 공급에 나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낮은 금리와 대규모 통화 공급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금융자산뿐 아니라 화폐 자체의 실질가치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금에 대한 수요가 다시 확대됐다.
팬데믹 이후에는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빠르게 뛰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렸다.
금 입장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힘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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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권오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