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연구소와 (사)한국금융연구센터는 11월 14일 한국금융연구원 8층 대회의실에서 제15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민간 벤처투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40여 명의 전문가와 금융기관 관계자가 참석하여 벤처시장 육성과 혁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 및 민간 부문의 과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자금이 부동산 등 가계대출로 과도하게 몰리면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된 점에 공감했다. 이에 산업 혁신과 역동성 회복을 위해 민간 벤처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첫 번째 세션에서 한재준 인하대학교 교수와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벤처투자기구의 종합 평가와 향후 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들은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이 OECD 32개국 중 투자 규모 5위이나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으며, 연기금과 공제회의 출자 비중이 미국과 유럽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민간 역할 강화를 통해 정책금융이 창업초기기업과 지역산업 지원 등 시장실패 구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책자금 성과평가체계를 투자규모 중심에서 정책목표 부합도와 기업 성장 기여도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기업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활성화도 지적됐다. 현재 일반지주회사에 소속된 CVC가 전체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으로, 미국과 일본에 비해 낮다. CVC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 촉진과 민간 모험자본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주사 CVC의 외부자금 출자비중 상향, 해외투자 한도 완화, 창업기획자(AC) 형태의 CVC 허용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발표됐다.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도 세 번째 과제로 다뤄졌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는 비상장 혁신기업에 대한 공모형 자금 공급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2019년 도입된 규제샌드박스 실효성 제고를 위해 심의 절차 신속화, 특례조건 합리화, 법령 정비 책임화 등의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한재준 교수는 벤처투자 생태계 지속 발전을 위해 정책금융의 전략적 재편, 민간자본의 적극적 참여,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윤선중 동국대학교 교수와 한재준 교수가 ‘모험자본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내 벤처투자 구조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크게 의존하고 IPO 중심 회수구조가 고착화됐다고 평가했다. RCPS 남용이 스타트업 현금흐름 악화와 혁신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를 언급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금융상품 표시 기준에 따라 상환권이 부여된 RCPS는 부채로 분류돼야 하며, 공적기금은 보통주나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같은 리스크 공유형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회수시장이 IPO에 편중돼 있음을 지적하며, 미국처럼 M&A 중심 조기 회수 생태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BDC와 CVC를 활용한 회수시장 자금 공급 확대가 핵심 방안으로 제시됐다. BDC는 중장기 영구자본 공급원으로, 지분형 투자 중심으로 정착될 경우 회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세제 인센티브 설계가 제도 성공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VC 제도 개선을 통한 M&A 연계투자 중요성도 강조됐다. 중견기업 중심의 산업형 M&A로 확장하기 위해 금산분리 완화, 외부출자비율 확대, 독립법인 CVC 활성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기술보증기금과 산업은행 등 공적기관이 일본의 산업혁신기구(INCJ)와 정책투자은행(DBJ)처럼 기술가치평가와 M&A 구조 설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도 제안됐다. 모험자본의 건전한 회수구조 정립은 단순 투자 회수를 넘어 산업 혁신 인프라 구축의 핵심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윤승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제 정비’를 설명했다. 한국형 BDC는 미국 제도를 벤치마킹한 폐쇄형 공모펀드로,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해 민간 주도 투자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제도적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BDC는 시장 자율성을 일부 인정해 민간 자본이 혁신기업 성장과 스케일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BDC 운용 규율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장 여건에 따른 레버리지 한도, 자기자본 유지율, 집중투자 한도 등의 정기 조정을 포함하는 ‘동적 규제’ 접근을 제안했다. 세제 측면에서는 미국의 규제투자회사(RIC) 모델처럼 법인세 면제와 배당소득세 감면을 연계한 이중과세 방지 인센티브를 마련해 민간 투자자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BDC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기능 조화를 전제로 운용보수 및 공시 투명성 강화, 경영참여형 투자 기능 제도화, 장기적 세제지원체계 구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결론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하나금융연구소와 (사)한국금융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했으며, 벤처투자 생태계 질적 전환과 회수시장 다변화, 법제도 개선을 통한 민간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참석자들은 정책금융 전략 재편, 민간자본 적극 참여, 제도적 유연성 확보가 벤처투자 생태계 발전에 핵심 요소임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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