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해외 제약사의 GLP-1 계열 치료제가 시장을 주도해 온 가운데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비만신약 '에페'가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산 신약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허가는 국내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단계부터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 생산 및 상업화 준비까지 독자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외국계 제약사의 제품이 사실상 시장을 양분해 온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가 경쟁에 합류하게 됐다.
에페 개발 과정에는 한미약품의 약효 지속형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활용됐다. 이 기술은 약물의 체내 작용 시간을 늘려 투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한미약품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다.
에페의 개발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과거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협력해 약 600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개발 권리가 반환됐지만 축적된 연구 경험과 임상 자료를 활용해 비만치료제 개발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비만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임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수입 치료제와의 경쟁에서 단순히 국산이라는 점을 내세우기보다 한국인 대상 임상 결과를 통해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미약품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임상 3상 중간 결과에서는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40주 임상시험에서 에페 투여군의 평균 체중감소율은 9.75%로 나타났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체중 감소 정도에 따른 환자 비율도 공개됐다. 에페 투여군 가운데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79.42%였으며, 10% 이상 줄어든 환자는 49.46%로 집계됐다. 15% 이상의 체중 감소를 보인 환자도 19.86%에 달했다.
다만 개별 환자에게서 관찰된 최대 감소율을 전체 환자의 일반적인 치료 효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평균 감소율과 체중 감소 구간별 환자 비율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전성과 투약 지속성 역시 시장 안착을 좌우할 변수다. GLP-1 계열 치료제는 구역,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환자의 치료 적응 과정이 중요하다.
한미약품은 에페에 2주와 4주 간격을 활용한 단계적 용량 증량 방식을 적용해 위장관계 이상사례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임상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내약성이 관찰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에페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 생산 체계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는 해외 생산시설과 수입 일정에 의존하는 제품들과 구별되는 요소다. 다만 국내 생산이 실제 공급 안정성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생산 규모와 유통 상황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가격 정책도 관심을 끈다. 한미약품은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초회 용량에 합리적인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비만치료제는 치료 효과뿐 아니라 지속적인 약제비 부담이 환자의 치료 유지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에페의 실제 판매가격과 용량별 비용이 공개되면 기존 치료제와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약물 투여 이후의 체중 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운동과 식습관,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TLS(Total Lifestyle care) 플랫폼'을 기반으로 의약품과 디지털의료기기를 결합하는 디지털융합의약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비만치료가 단기간 체중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생활습관 관리와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접근이다. 다만 해당 디지털융합의약품은 개발 중인 사업으로, 에페의 이번 품목허가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내 GLP-1 치료제 시장이 약 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는 회사 측 설명도 주목된다. 수입 의약품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국내 개발 신약이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에페의 시장 성과는 국내 제약업계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신약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 모델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한미약품이 발표한 품목허가 및 임상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기사 작성 과정에 AI의 조력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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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심우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