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언급 없는 영화에 불편한 감정 드러내

[CBC뉴스] 영화 '아노라'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는 자국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 오스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문화적 고립에서 벗어나 '정상화'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화가 전쟁을 외면하는 듯한 내용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러시아 국영 TV는 3일 '아노라'의 오스카상 수상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전쟁 이후 처음으로 시상식 소식을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문화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아노라'는 뉴욕의 스트리퍼가 러시아 재벌 2세와 결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러시아를 미화하지 않지만 문화적 위상이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의 평론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 문화는 취소될 수 없다"며, "조만간 서방은 러시아와 타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의 국제 정세,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과 맞물려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정세와도 관련이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아노라'의 성공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영화 제작자 올렉산드르 로드냔스키는 영화가 전쟁을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 "불편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영화가 전쟁을 외면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지우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또한, 영화에 출연한 러시아 배우들이 과거 '애국주의 영화'에 출연했던 경력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반대하지도 않았다는 모호한 태도로 서방과 러시아를 오가며 활동해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영화평론가 예카테리나 바라바시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된 사건은 러시아 내 문화적 압박을 상기시킨다.
'아노라'의 오스카상 수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예술과 정치의 경계를 드러내며, 국제사회에서의 문화적 위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이 영화의 성공이 단순한 문화적 성취를 넘어, 정치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