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C뉴스]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찬반 집회가 예고된 고려대학교 캠퍼스에 유튜버와 외부 단체들이 몰리며 큰 혼란이 빚어졌다.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시국선언이 21일 오후 고려대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찬성·반대 단체, 유튜버들, 그리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중앙광장에 모여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집회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재학생이 아니었으며,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많았다.

이들은 "내란 옹호 극우세력 물러가라", "내란 세력 이재명을 구속하라"와 같은 구호를 주고받으며 서로 욕설을 퍼붓는 등 곳곳에서 갈등과 싸움까지 벌어졌다.
캠퍼스 안에는 태극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들이 대거 진입했고, 탄핵 찬성 측에서는 조국혁신당,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등이 들고 나온 깃발도 곳곳에서 보였다.
결국, 경찰 기동대와 고려대학교 직원들이 개입해 정문을 닫고 양측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나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은 "빨갱이 XX들", "니들이 우파 XX들이냐"고 소리치며 계속 말싸움을 벌였다.

고려대 정문 앞에는 방패를 든 경찰 기동대가 질서 유지에 나섰다. 이렇게 대학 정문 앞에 경찰이 동원된 모습은 보기 드문 광경이어서 지나가는 시민들도 놀라 멈춰서기 시작했다.
정문 바깥에는 탄핵 반대 측이 모여 있었다. 오후 5시 기준으로 경찰 비공식 추산에 의하면 모여든 인원이 약 340명인데, 이 중 고려대 재학생은 약 2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320명은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들이었다.
반면, 정문 안쪽 중앙광장에는 탄핵 찬성 측이 약 165명 모였고, 이들 중 재학생 또한 약 20명, 나머지 130명은 탄핵 지지자와 15명의 유튜버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경찰이 추산했다.
극우 유튜버들이 캠퍼스 안으로 진입하려 하던 과정에서 이들을 막으려던 탄핵 찬성 유튜버들 중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부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보수 유튜버들은 "빨갱이 쇼하지 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보수 유튜버는 바닥에 누운 채 자신들의 모습을 생중계하며 상황을 과장되게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양측은 고려대 정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이어가던 중 오후 6시께 대부분 해산했다.
탄핵을 찬성하는 집회는 민주광장에서 열렸고, 대학원생 오수진 씨는 "비상계엄 옹호 세력이 감히 민주화 성지인 고려대 캠퍼스에서 활개 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에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졸업생들의 모임인 고려대 민주동우회 회원 약 100명이 참석해 "민주광장을 지켜내자", "열사 정신을 계승하자"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 정문 바깥에서는 탄핵 반대 측 집회가 열렸다. 재학생 김미강 씨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선배들이 피와 땀으로 세운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변에 모인 학생들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고대가 밝혀낸다", "공산당을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국민변호인단'이라는 어깨띠를 두른 지지자들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이번 집회와 관련해 "학교에서 열리는 시위라면 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돼야 하지 않느냐", "거의 전부 외부인으로 보이는데, 왜 남의 학교에 와서 이런 난리를 치는 것이냐", "외부인들의 출입이라도 막아달라"는 성격의 비판 글이 다수 올라왔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 CBC뉴스ㅣCBCNEWS 하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