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오너일가, 남성보다 임원 승진 속도 빠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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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C뉴스]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의 임원 승진 속도가 일반 직원에 비해 월등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 88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오너일가는 입사 후 평균 4.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는 일반 직원의 임원 승진 소요 기간인 22.5년보다 무려 18.1년이 빠른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오너일가 4명 중 1명은 입사와 동시에 임원직을 맡게 됐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자녀세대에서 두드러졌는데, 이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입사하여 빠르게 임원으로 승진했다. 부모세대가 평균 30.7세에 입사하여 4.5년 만에 임원이 된 반면, 자녀세대는 평균 30.2세에 입사해 4.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사장단 승진까지의 소요 기간도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짧아, 각각 12.5년과 13.2년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여성 오너일가는 남성보다 더 빨리 승진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성은 평균 32.6세에 입사해 3.3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고, 사장단 승진까지는 11.4년이 걸렸다. 반면, 남성은 평균 30.0세에 입사하여 임원 승진까지 4.6년, 사장단 승진까지 13.1년이 소요됐다.
이번 조사에서 오너일가의 경력입사자 비율은 43.4%로 나타났다. 또한,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전체의 25.5%를 차지했으며, 5년 미만의 기간 내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59.4%에 달했다. 영풍, OCI 그룹은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된 오너일가가 5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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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임원 승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인물로는 박장석 SKC 전 상근고문이 꼽혔다. 그는 SK네트웍스에 입사한 지 16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사장단 승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인물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으로, 그는 롯데호텔 입사 후 34.9년 만에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이번 보고서는 대기업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 방식과 승진 속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의 빠른 승진이 기업 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오히려 내부 인력의 사기를 저하시킬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너일가의 빠른 승진이 기업의 경영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발신지=연합뉴스)
▮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