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뉴스]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설로 자리 잡은 정태춘(71)과 박은옥(68)이 1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두 사람은 다음 달 정규 12집 '집중호우 사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에는 한국적 서정성이 가득한 10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앨범을 통해 정태춘은 한국 문학에 진 빚을 갚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태춘은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밥 딜런의 가사를 우연히 접하고 그로부터 자극을 받아 다시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포 도서관에서 밥 딜런의 가사집을 보며, 예술적인 영감보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번 앨범은 '집중호우 사이', '기러기', '도리 강변에서' 등 총 10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민들레 시집'과 '폭설, 동백의 노래'는 박은옥이 노래했다. 정태춘은 이번 작품에서 "노래가 가진 힘과 설득력, 노래로 할 수 있는 말의 방법과 표현 방식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가 문학의 다른 장르보다 특별한 소구력이 있다고 생각해 평생 노래에 매달려 왔다고 전했다.
박은옥은 "젊었을 때 느껴보지 못한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라 너무 행복하다'는 감정을 나이 들어서 더 느낀다"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다시 태어나도 음악인이고 싶다며, 정태춘처럼 창작의 재능도 함께 가지고 태어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태춘은 1978년 1집 '시인의 마을'로 데뷔한 이래, 시적인 가사와 토속적인 선율로 사랑받아왔다. 1980∼90년대에는 거리 집회 참여와 사회운동 성격의 순회공연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1990년대에는 '아! 대한민국'과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통해 저항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이번 앨범은 이전의 사회 고발적 작품들과 비교해 문학성과 서정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태춘은 "사회 고발적이거나, 저항적이거나, 저항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노래는 도구적인 노래"라며, "지금도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도구적인 노래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이가 들면서 문명과 현대사, 전체 역사를 바라보는 것으로 관심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2025년 문학 프로젝트 '노래여, 벽을 깨라'의 하나로 발매된다. 이후 전국 투어와 붓글전이 계획되어 있으며, 정태춘의 노래 시집과 붓글집도 출간될 예정이다. 정태춘은 "야만의 벽을 돌파하는 지성과 양식의 힘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프로젝트의 의도를 밝혔다.
박은옥은 "드라마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감정을 전하는데, 왜 노래는 그게 어려울까 하고 생각했다"며, "우리 노래가 소수라 할지라도 그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응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을 통해 청중과의 깊은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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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C뉴스ㅣCBCNEWS 한종구 기자
